불륜으로 태어난 아기 살해한 엄마…뒤늦게 드러난 진실

      2024.10.11 06:12   수정 : 2024.10.11 09:01기사원문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너무 힘들어 죽고 싶었지만, 죽을 용기가 없었다. 죄송하다"

태어난 지 100일 된 아들을 죽인 비정한 엄마 A 씨(20대)의 뒤늦은 후회다.

A 씨는 2020년 12월 23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의 자택에서 생후 3개월이 갓 지난 아들 B 군에게 분유를 먹이고 전신을 담요로 덮어 호흡 곤란 상태로 만든 뒤 질식으로 숨지게 했다.

A 씨는 숨진 B 군을 포대기로 싸 비닐 지퍼 가방에 넣었고 인근 포구 테트라포드로 이동해 유기했다.

A 씨의 범행은 2년 5개월 뒤에야 드러났다.

제주 서귀포시는 2023년 5월 '필수영유아 예방접종 현황'을 모니터링하던 중 2살 아이가 2년간 검진을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귀포시는 친모인 A 씨(20대)에게 연락, 사정을 물었다.

A 씨는 "대구에 있는 친부가 아들(B 군)을 보호하고 있다.
6월 정도에 친부가 아들을 데리고 제주에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지속해서 B 군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지나 추궁했고, A 씨는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A 씨는 왜 태어난 지 100일밖에 안 된 자녀를 죽였을까.

A 씨는 2020년 9월 10일 아들을 출산했다. 하지만 그 누구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 미혼인 A 씨는 유부남 C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아들을 출산하게 되자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조차 숨겼다. 이미 헤어진 C 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 씨는 아이돌보미를 고용해 B 군을 돌보게 했다.

그러던 중 2020년 12월 19일 아이돌보미에게 아들을 맡기고 지인들과 부산으로 갔다. 그런데 3일 후인 22일 아이돌보미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A 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 집으로 급하게 돌아오게 됐다.

A 씨는 기존에 고용했던 아이돌보미 2명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고소를 당한 데다, 집세를 내지 못해 거주지를 나가야 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비관해 집으로 돌아온 지 하루도 안 돼 23일 아들을 살해했다.

A 씨는 숨진 B 군을 도내 한 해안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지만, 해당 장소는 이미 매립된 상태여서 B 군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A 씨는 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지 연인관계 등으로 친분이 있는 다수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내 불법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등 총 3억 200여만 원 상당을 편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A 씨는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항소심에서 1심 징역 7년보다 무거운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모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지만, 그 책임을 저버린 채 아들을 살해했다"며 "생명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던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여,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10월 2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가중된 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절한 책임의 형량이라고 판단했다"며 "책임을 다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가족을 생각해 다시는 법정에 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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