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法에 고려아연 분쟁 명운 달렸다
2024.10.17 10:54
수정 : 2024.10.17 11: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법원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명운이 달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3조6852억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영풍과 지분율 격차를 약 1.92%까지 좁힐 수 있어서다. 해볼 만한 싸움으로 전개다.
MBK파트너스-영풍으로선 17일 5.34% 공개매수 결제를 통해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다. 오는 18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첫 심문을 통한 법적 총력전을 벌이는 배경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영풍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8.47%다.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05% 가량으로 추정된다.
한화H2에너지 USA(4.8%), 한화임팩트(1.8%), 한화(1.2%) 등을 통해 약 7.8%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그룹이나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 그룹(1.5%), 한국투자증권(0.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0.8%), 조선내화(0.2%) 등이 대표적인 우군이다.
오는 23일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베인캐피탈이 매수하는 자사주(2.5%)를 합한 지분율은 36.55%다. 고려아연이 매수하는 물량은 의결권이 없는 소각 목적의 자사주로, 지분 구조에 영향이 없다.
이렇게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지분율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법적 판단이 양측에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재판부의 판결을 신뢰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어 최 회장의 백기사, MBK파트너스-영풍의 기관투자자 설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립성향이 강한 현대차그룹(5.05%), LG화학(1.9%)을 우군으로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이다.
양측의 전략은 이렇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및 자사주 취득의 재원에 대한 절차적 문제에 주목했다.
MBK파트너스-영풍측 변호사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현 경영진(이사)들의 경영권방어라는 이익을 위해 회사(고려아연)이 비용을 사용하는 만큼 이사와 회사 간의 이익의 충돌에 해당한다. 이사가 이익상충의 행위를 삼가야 하는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자기주식취득 재원의 문제로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배당가능이익에 의한 자기주식취득은 상법상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의 2023년 말의 미처분이익잉여금 2693억여원은 용도가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이사회결의만으로 공개매수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해외투자적립금 3조4140억원, 자원사업투자적립금 3조2200억원은 용도가 정해진 준비금으로 이를 공개매수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결의만으로는 안되고, 주주총회의 용도변경결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측은 임의적립금을 사용하지 않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만큼 가처분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한도액은 6조원으로, 자사주 취득 한도액은 배당가능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는 임의적립금을 공제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중간배당에 대해서만 임의적립금 공제 규정이 있고, 자사주 취득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은 직전 사업연도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빼서 산정한다"며 "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법에 없는 내용이다. 회사 정관에 자기주식 취득 시 임의적립금을 공제하라는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가처분에 MBK파트너스-영풍측은 법무법인 세종,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와 더불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홍승면 변호사를 외부변호사로 추가 선임했다.
고려아연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용상 변호사와 고창현·유해용·진상범·박철희·조현덕 변호사 등 15명의 변호사가 함께할 예정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