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험'된 지정학 리스크…수출기업 '비상등'

      2024.10.17 12:00   수정 : 2024.10.17 12: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끊이지 않는 지정학 리스크가 수출기업들의 경영 위험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중 갈등·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66.3%를 차지했다. 그중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 3.1%는 ‘사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응답했다.



수출기업들 ‘긴축경영’(57%) 우선 고려... ‘대체시장 개척’(52%), ‘공급망 다변화’(37%) 등 모색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환율 변동·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43.1%)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현지 사업 중단 및 투자 감소’(8.1%) 순으로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교역국별로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중국 교역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가 30.0%로 가장 많았다.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러시아 대상 수출입 기업들은 모두 ‘환율 변동·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미국 30.2%, 러시아 54.5%), 특히 러·우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고 있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 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EU 및 중동으로 수출입하는 기업들은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를 피해 유형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EU 32.5%, 중동 38.0%). 해당 기업들의 경우 중동전쟁 이후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남아프리카로 우회 운항을 시작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묻는 말엔 40.2%의 기업들이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상의, “새로운 기업부담 규제 없애고,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대책 필요”

대한상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증가세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향후 지정학 리스크가 더욱 심화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전략산업 정책 강화에 대응해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앞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의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훼손이 기업들의 생산 절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대체 조달 시장 확보 및 국산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단기적으로는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바우처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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