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편…"노선 바꾸고, 투기성 자본 차단"
2024.10.22 11:45
수정 : 2024.10.22 11:45기사원문
재정지원 방식 바꿔 자발적 비용절감 유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버스 운송으로 발생한 수입금은 업체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총비용이 총수입을 초과해 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재정부담과 민간자본 유입에 의한 공공성 훼손, 공급자 위주 버스노선 등 개선점이 있다고 판단, 이번 혁신 을 단행했다.
먼저 운수회사 재정지원 방식을 개편해 시의 재정 부담을 완화한다. 운송수지 적자분을 정산한 후에 전액 보전하던 '사후정산제'를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건비와 연료비는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주는 정산방식을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주는 표준단가 정산제로 바꾼다.
사전확정제는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는 이를 통해 각종 행정비용과 대출이자 등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오 시장은 "이렇게 하면 버스 회사가 자발적으로 수익을 증대할 방법을 찾고 수익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버스 회사가) 최대한 비용 절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기성 자본 유입 차단…버스 중심 교통체계 구축
투기성 자본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종합관리대책도 마련됐다. 운수회사를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서울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진입기준을 엄격히 하겠다는 설명이다.
시는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과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할 계획이다. 아울러 외국계 자본, 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설립 2년 이상 경과 된 곳에만 기회를 준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또한 회사채 발행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회사채로 인해 이자비용이 늘어난 경우에는 회사 평가 등에 반영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확립한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엔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는다. 민간자본의 안정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시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해 ‘먹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오 시장은 "지난해 사모펀드라고 하는 민간자본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 업계에 이익을 취하겠다고 들어오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는 공공을 물렁하게 본 것. 그동안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대책을 오늘 발표한다. (사모펀드가) 돈을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버스노선은 20년간 변화된 교통수요를 반영해 전면 개편된다. 시는 막대한 운영비가 투입되는 철도 대신 가성비 좋은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민과 학생들의 통근 및 통학시간을 단축하고, 대중교통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형성하겠다고 부연했다.
2층버스는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한다.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 심야시간 대 청소·경비 등 새벽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오 시장은 "버스 노선은 경제활동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동안 종합적인 변화는 많이 하지 못했다"며 "시민의 생활패턴과 교통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던 버스 노선을 20년만에 전면개편하고 재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