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던지기'도 학교폭력?…"VR로 체험하니 실감나네요"

      2024.10.23 16:05   수정 : 2024.10.23 16: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학교폭력일까요, 장난일까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가 시작되자 반 친구가 나를 밀치고 지나간다. 나는 "반칙이잖아"라고 뒤돌아 소리쳤지만 친구는 "장난이잖아"라고 받아쳤다. 경기가 끝나자 또 다른 친구는 "아까 헤딩 잘하더라"라며 축구공을 던졌다.

다른 친구들도 거들며 사방에서 나를 향해 축구공을 던져댔다. 가상현실(VR)에서 보여준 학교 생활의 일부다.
기기는 해당 일상을 학교 폭력인지 아닌지 물었다. 축구공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니 어지러웠지만 '장난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장난'을 선택하자 이번에는 가해자 입장에서 같은 상황을 보여줬다.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VR 기기를 착용하면 체험해볼 수 있는 학교 현장의 한 모습이다. 체험은 '학교폭력인지 여부는 피해자가 폭력으로 느꼈는지에 달렸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됐다. 이밖에 립스틱을 빌려달라면서 피해자 물건을 빼앗아 사용하는 등 정서적 폭력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신고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체험 영상을 구성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최은정 경찰청 청소년보호과장은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행동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내용을 만들었다"며 "일반 영상과 달리 몰입도가 높아 제작할 때부터 나쁜 행동을 배우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실제 현장은 욕설도 사용되지만 배제하고 최대한 평이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만큼 VR 기기를 체험해보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 김모씨(16)는 "부모님이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체험해보니 함부로 장난을 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로 앞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확실히 실감이 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학교폭력 외에도 테이저건을 쏴보거나 자동 비상벨 장치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오는 25일부터 음주운전 재범자 차량에 의무 설치되는 음주시동 잠금장치도 이용해볼 수 있었다. 운전대에 앉아 물에 희석한 소주 1잔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뱉어낸 뒤 장치가 지시하는 대로 5초간 숨을 크게 불어넣었다. 잠시 기다리니 '실패(Failed)'라는 안내가 떴다. 술맛이 거의 나지 않는 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음주를 감지한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기준으로 음주 여부를 측정하기 때문에 술을 마셨다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동승자가 대신 불 수도 있기 때문에 카메라가 측정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1년에 두 번 영상을 경찰청에 제출해야 한다.

"카메라를 돌려버리면 어떡하냐"는 한 체험자 질문에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영상 제공 의무가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돌리면)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 기기는 설치 의무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설치 비용은 3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나흘간 인천시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다. 각종 체험과 함께 저위험권총, 바디캠, 테이저건 등 장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치안분야 최신 기술과 제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이날 60억원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 20여개국의 경찰 대표단과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1대 1 수출상담회 등을 진행한다. 행사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순찰차, 드론, 스크린 사격과 과학수사 기법 등 실제 경찰장비 체험 등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번 행사가 세계 제일의 치안산업 분야 박람회로 성장하고, 치안산업이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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