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자금 달리나...국부펀드, 해외→국내 투자로 전환

      2024.10.30 03:13   수정 : 2024.10.30 03: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 3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던 사우디 국부펀드가 방향을 틀어 해외 시장이 아닌 자국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 책임자인 야시르 알 루마이얀 총재는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서 국내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오일머니 수십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PIF는 운용 자산 규모가 약 9300억달러(약 1288조원)에 이른다.


루마이얀 총재는 2020년 30%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21% 수준으로 낮춘 PIF의 해외 투자 비중을 18~20%로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전에는 PIF 자금 거의 대부분이 사우디에 투자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루마이얀은 “이후 해외 투자가 2%에서 꾸준히 증가해 결국 30%까지 늘었다”면서 “이제 우리 목표는 이를 18~20%로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절대액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투자액 자체는 증가세라고 강조했다.

PIF는 2030년까지 자산 규모를 2조달러로 불린다는 계획이다.

해외 투자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사우디 국내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해 사우디 경제 발전에 전력투구하는 가운데 부족한 자금을 PIF 자금으로 메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PIF는 계속해서 압박을 받았다. 연초에도 PIF 경영진에 국내 투자 확대 압력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PIF는 지난 10년 국제 금융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해왔다.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2016년 450억달러를 투입했고, 이듬해인 2017에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블랙스톤의 인프라 펀드에 200억달러를 퍼부었다.

잠자는 사자였던 PIF가 걸프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국부펀드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최근 PIF의 해외 시장 발 빼기가 시작됐다.

올들어 PIF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분 일부를 매각했고, 크루즈 업체 카니발에서도 손을 털었다. 엔터테인먼트 그룹 라이브 네이션 지분도 팔아치웠다.

PI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PIF는 미 주식 거래 규모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지난해 말 약 350억달러 수준이던 것을 올 1분기 말 205억달러 수준으로 줄였다. 다만 2분기에는 206억달러로 소폭 증가하며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사우디는 5000억달러를 들여 홍해 연안에 미래 도시 네옴시티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이 주체가 PIF이다. 또 2030년에는 엑스포, 2034년에는 월드컵도 개최한다.


야심찬 계획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점점 돈줄이 마르면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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