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버섯’이 가죽 가방된다...친환경 소재 ‘4조원’ 시장 노린다

      2024.10.30 14:00   수정 : 2024.10.30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토종 버섯으로 비건가죽(동물이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든 가죽), 포장재를 만들 수 있는 국내 기술이 개발됐다.

글로벌 버섯 소재 시장이 4조원에 이르고 있어 국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들이 버섯 소재를 이미 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활용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국내 토종 야생버섯 중에 소재화에 우수한 균주를 선발하고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생분해성 소재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금까지 7건 특허를 출원했고 농가와 산업체에 기술이전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2021년부터 3년간 연구 끝에 버섯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정확히는 균류로 분류된다.
버섯 소재 선진국인 미국 등에선 주로 영지버섯을 활용한다. 농진청은 소재에 쓰일 토종 버섯 균주 3종(영지버섯, 기계충버섯, 아까시재목버섯)을 확보했다. 이중 기계충버섯은 전 세계 최초로 소재화에 성공한 사례다.

장갑열 버섯과장은 “영지버섯은 키우면 버섯 특유의 무늬들이 나타난다”며 “기계충버섯은 무늬가 없이 흰색이기 때문에 기존 천연가죽처럼 염색을 다양하게 할 수가 있다. 업체에서 생산하는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버섯들을 취사선택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장재로서 쓸 경우에도 기계충버섯이 좋았다"고 말했다.

버섯은 가죽과 스티로폼 대체 포장재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동물 가죽보다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기존 스티로폼보다 강도가 약 4배 우수하다. 버섯 소재가 되는 부분은 ‘먹는 부위’인 자실체가 아닌, 뿌리처럼 양분을 흡수하는 균사체를 활용한다. 균사체는 실처럼 가느다란 균사(세포)가 치밀한 그물망 구조를 이뤄 강성이 우수해 다양한 산업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농진청은 ‘균사체 소재화 민관협력 체계’를 통해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균주와 기술을 농가와 산업체에 제공하면, 농가와 산업체는 농가 배양시설을 이용해 소재를 생산한다. 실제 농장인 ‘연천청산버섯’과 새싹기업 ‘어스폼’은 올해부터 균사체 기반 포장 완충 소재를 매달 2~3만 개씩 생산해 국내 향수 브랜드 허니스트코리아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버섯 균사체 친환경 소재 시장은 4조원 규모다. 2032년에는 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마이코웍스는 버섯 가죽 브랜드 ‘레이시’는 한해 소 5000마리 분량 버섯가죽을 생산한다.
미국 볼트스레드는 버섯가죽을 활용해 ‘아디다스’와 신발을 출시하고 벤츠 전기차 모델 차량 시트로 선보이기도 했다.

김 원장은 “세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버섯 균사체의 생물학적 특성에 주목해 2000년대부터 친환경 산업 소재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섯 소재를 활용해 탄소중립과 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에 대응하고 관련 산업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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