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로 탈모 치료 가능할까?
2024.11.16 07:00
수정 : 2024.11.16 07:00기사원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2023년 보고서에 의하면, 2025년 글로벌 탈모 케어 시장은 27조원, 국내 시장은 499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탈모 케어에서 샴푸 비중은 2015년 31.2%에서 2020년 42.7%로 증가했으며, 대한모발학회에서는 모발탈락 경험이 있는 390명 중 샴푸나 앰플 사용으로 탈모 치료를 기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샴푸(shampoo)는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세척제의 일종이다. 샴푸의 용도는 두피와 모발의 청결 유지로, 피부나 머리카락에 쌓인 피지, 먼지, 땀을 잘 씻기게 하는 물질이다. 샴푸의 주성분은 수분 50%와 계면활성제 30%, 나머지 20%는 영양 성분, 보습 물질, 향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의약외품, 기능성 화장품, 화장품으로 구분되는 샴푸의 성질은 영양 성분 구분의 차이로 결정된다.
샴푸는 진화하고 있다. 샴푸 세척으로 모발 증식, 탈모 감소까지 기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생활 건강회사 및 화장품 제조사들은 탈모 연관 샴푸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그만큼 탈모 연관 샴푸 수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탈모 샴푸는 대머리를 무성한 모발 숲으로 바꿀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샴푸를 탈모 치료제가 아닌 모발에 유용한 성분이 포함된 세척제로 파악한다. 탈모 샴푸 제조사 측에서 기대하는 모발 밀도 증가, 모발 탄력성 강화, 정수리 머리카락 볼륨 풍성 등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외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을 막론하고 샴푸의 모발 치료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기능성 샴푸는 모발 환경개선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발 성장 유효 성분이 함유된 샴푸는 세포 실험에서는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판매되고 있는 기능성 샴푸는 비오틴, 나이아신아마이드, 덱스판테놀, 멘톨, 피리티온아연액, 니코틴산아미드, 살리실릭애씨드, 징크피리치온, 징크피리치온액 등 모발에 좋은 여러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멘톨, 살리실산, 덱스판테놀은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되는 식약처 고시 성분이다. 비타민 B5인 덱스판테놀은 모발 형성에 관여하는 콜라겐을 만드는 필수 성분이고, 비타민 B7인 비오틴이 부족하면 모발이 가늘어진다. 멘톨과 징크피리치온, 징크피리치온액은 항염과 항진균 기능이, 그리고 미네랄, 페퍼민트, 세라마이드, 실리콘, 은행잎 추출물 등은 영양공급과 보습, 코팅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 같은 성분들은 두피 염증 억제, 두피 각질 제거, 모발 청결, 머리카락 영양 개선 등에 긍정적이다. 샴푸의 유효 성분이 물과 함께 두피와 모발을 씻음으로써 피부염, 각질, 두피 가려움증이 개선될 수도 있다. 지루성피부염, 모발의 영양부족 등 두피의 건강 악화로 진행되는 환경형 탈모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샴푸의 영양 성분은 휴지기 탈모 지연에 일시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샴푸로 인해 모발탈락의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는 안드로겐 탈모 치료나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유전자에 영향을 받는 안드로겐 탈모 치료 열쇠는 DHT다. 샴푸의 주요 성분인 나이아신아마이드, 비오틴 등으로는 DHT를 차단할 수 없다. 제품화된 샴푸의 유효 성분은 머리를 감는 동안에 잠시 두피에 머물 뿐이다. 유효 성분이 피부를 뚫고 모낭에 진입하지 못하고, 물과 함께 씻겨 나간다. 모낭에서 DHT 생성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또 일부 샴푸에 첨가된 황산염은 두피의 기름기 제거에 유용하지만 두피를 자극해 지루성피부염을 악화시키고, 가려움, 비듬, 두피 건조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발의 건강이 나빠져 탈모 위험이 높아진다.
이상으로 볼 때 기능성 샴푸는 두피의 환경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환경형 탈모에 긍정적 요소이지만, 유전에 의한 탈모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 오히려 황산염이 첨가된 제품은 때에 따라 두피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샴푸를 사용함으로써 탈모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으며, 샴푸로 탈모치료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희망 고문과 같을 것이다.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