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이세희 "김소연, 무한신뢰 주는 힘 있어" 울컥
2024.11.19 08:00
수정 : 2024.11.19 08:00기사원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년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배우 이세희(33)의 변신이 돋보였다. 2021년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박단단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정숙한 세일즈'에서 완벽하게 인물에 녹아든 열연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연출 조웅)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극 중 이세희는 금제의 '잇걸'이자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이주리 역으로 분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주리는 파격적인 의상을 즐기며, 자신에게 음흉한 시선을 보내는 남자들에게도 웃는 얼굴과 애교 넘치는 말투로 뼈를 때리는 인물이다. 특히 한정숙(김소연 분), 오금희(김성령 분), 서영복(김선영 분) 사이에서 당찬 막내로 활약했다.
드라마를 마치고 지난 17일 취재진과 만난 이세희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는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정말, 정말 감사한 작품"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N인터뷰】 ①에 이어>
-'방판 시스터즈'로 함께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할 말이 많다. 하하. 우선 (김)성령 언니는 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고 집으로도 초대해 줬다. 거기서 언니가 연기나 여러 부분에서 섬세하게 알려주고, 삶에 대한 통찰력도 좋아서 머리를 '땡' 친 것 같은 조언을 해줬다. 조언이라고 얘기한 게 아니고 일상적인 얘기였는데 조언이 돼서 고마웠다. (김)선영 언니는 '츤데레' 같은 매력이다. 사람을 섬세하게 보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를 다 보면서 챙겨주더라. 정이 많고 눈물도 많아서 한 번 터지면 눈물이 많이 나오니까 참더라. (김)소연 언니는 말하기 입 아플 정도다. 살면서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 음… 눈물 날 것 같다. 언니는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깊다. 사람을 이해해서 배려하고, 또 인간군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저렇게 연기를 잘한다는 걸 배웠다. 진짜 언니는 충격적이다. 열흘 밤새우면서 촬영해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이번 여름에 정말 덥지 않았나. 잠시 쉬는데 저 멀리 어떤 분이 사인받고 싶어 하니까 바로 보고 사인도 해주더라. 주접을 많이 떨게 된다. 하하. 언니는 그냥 무한 신뢰를 주는 힘이 있고, 거기에 보답하고, 부응하고 싶더라. 언니에게 정말 잘하고 싶었다.
-실제 네 자매인데,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도움이 된 부분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셋째 딸인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고 그래서인지 언니들과 지내는 게 익숙하다. 언니들에게 더 다가가는 게 편해서 작품에서도 언니들과 하는 게 더 편하더라. 실제 자매 생활이 좋다. 서로 사이도 좋아서 내 작품이 나오면 첫째 언니는 자기 프로필 사진을 내 작품 포스터로 해둔다. 그런 것들이 되게 고맙고 의지가 된다.
-2022년 '진검승부' 이후 2년간 공백기를 가졌는데.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는데, 혼자 있을 때 나에게 좋은 걸 해주자 싶더라. 이전에 대충 음식을 먹고 그랬다면 잘 차려 먹는 것부터, 이렇게 단순한 것부터 시작했다. 한 끼 음식을 먹더라도 잘 챙기려고 해서 요리도 하고 그랬다. 또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배우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양한 연출가님께 부탁해서 수업도 듣고 스터디도 들었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고, 그게 끝이 없는 거라 최대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니까,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보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아쉽지는 않았나.
▶인생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들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도 많지만 어떻게 잘 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쉬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오랜 시간 쉬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계속해서 너무 달려가면 먼 길을 돌아갔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점이 못났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그런 점을 채우려고 해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다.
-'정숙한 세일즈'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매 작품 연기적인 부분도 당연히 배우지만, 이런 작업이 다 사람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관계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숙한 세일즈'는 모든 스태프분이 정말 맡은 자리에 각자 몫을 다해줬다. 나도 그걸 보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또 선영 언니가 비워진 공간을 채우는 걸 보면서 정말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전체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하더라. 정말 베테랑들과 하면 극이 풍부해진다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됐다. 진짜, 진짜, 진짜 감사한 작품이다. 또 사적인 자리를 가지면 가질수록 좋은 것 같다. 여배우로서 고충과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올해를 되돌아보자면.
▶올해 시작과 끝이 '정숙한 세일즈'였다. 이 작품이 희망찬 메시지를 주는 거였는데, 초반도 좋았고 마지막 결과까지 모든 과정이 드라마 같아서 더욱 희망찬 2025년도를 기대하게 한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묵묵히 나만의 속도로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