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에 바싹 마른 소나무… 전략방제로 푸르름 되찾았다

      2024.12.08 07:00   수정 : 2024.12.08 18: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령(경북)=김원준 기자】 지난달 20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송림리 한 마을의 도로 끝. 대구에서 거창으로 향하는 26번 국도를 따라가다 샛길로 2㎞남짓 들어온 이 곳은 사방이 야트막한 임야로 둘러싸인 산촌 마을. 마을 주변 숲 속 활엽수들은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지만, 수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소나무들은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3~4년 전만 해도 이 일대에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덮쳐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잘려나갔다.

이 곳 쌍림면은 고령군 소나무재선충병 최초·최다 발생 지점인 다산면과는 정반대편인 고령지역 서쪽에 위치한다.

남부지방산림청과 고령군이 재선충병 극심 감염지역에서 먼 곳부터 서서히 방제망을 좁혀가는 이른바 '국가선단지'개념의 방제작업을 펼치면서 이 일대는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재선충병피해목을 줄인 상태다. 국가선단지는 국가 차원에서 확산을 막아야 하는 방어선 개념으로, 방제와 관리의 중요도가 높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지역이다.


고령군 다산면은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해 경북 안동·포항·성주, 대구 달성군, 경남 밀양 등 6개 시·군과 함께 산림청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방제구역은 재선충병 집단발생지에서 주변 산림으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집중 관리하는 구역을 말한다. 다산면에서만 총 1088㏊(2024년 1월 현재)가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총 90만 그루로 확인됐으며, 이는 전년 107만 그루와 비교하면 증가 추세가 다소 감소한 것이다. 산림청과 지자체의 방제가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은 공중 예찰확대와 감염목에 대한 고유식별정보 부여, 수종전환, 피해목 훈증 등 전방위로 펼쳐진다.

먼저 재선충병 감염목을 꼼꼼히 추적하기 위해 '헬기-무인항공기(드론)-지상'의 3중 예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확인된 감염목은 고유식별정보(QR코드)를 부여해 감염목 발생현황부터 방제까지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전자 진단키트도 개발·보급해 재선충병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한다. 이전 3일이 걸리던 감염여부를 30분 만에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재선충병이 집단으로 발생한 특별방제구역 등은 수종전환 방제를 추진, 재선충병 발생과 추가확산을 원천 봉쇄한다. 방제한 피해목은 훈증 등 사후처리 한 뒤 산업용재, 건축재 및 바이오매스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방제목의 무단 이동을 차단한다.


이와 더불어 피해확산 예상지역(선단지 등)은 선제로 수목에 영양제와 치료제를 주입하는 나무주사를 놓고 재선충병에 강한 내병성 품종개발에도 나선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 2004년 제주시 오라2동에서 재선충병이 첫 발생한 이후 따뜻한 기후로 인해 감염목이 최대치인 54만 그루까지 늘었지만, 전략적 방제 및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감염목을 관리가능한 2만 그루 수준으로 줄였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체제를 강화해 가용자원을 최대한 투입하는 등 재선충병 방제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면서 "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건강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지원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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