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여해 준 게 고마워서"…밥값 대신 내준 아저씨들
2024.12.10 00:20
수정 : 2024.12.10 13:05기사원문
[서울=뉴시스]홍주석 인턴 기자 = 지난 7일 여의도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식당에서 밥을 얻어먹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8일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어제 우리에게 있었던 일"이라며 식당에서 밥을 얻어먹은 사연을 만화로 그려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지인들과 촛불 시위에 참여했다가 밥을 먹기 위해 닭 한 마리 식당에 갔다.
식당에 손님이 많아 기다리던 중 옆에 앉아 있던 두 명의 남성 손님 중 한 명이 "저기 학생들 혹시 시위 갔다 온 거예요?"라며 물었다.
이에 A씨는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상태였다. 젊은 사람들이 뭐 하는 거냐 하시는 것 아닌가 긴장했다"며 당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남성들은 "우리도 (시위) 갔다 왔다. 화가 나서 좀 일찍 나오긴 했는데"라며 "젊은 학생들이 고맙다. 참여해 주는 게 고마워서 밥 결제하고 가겠다"고 했다.
이를 들은 A씨 일행이 "괜찮다"고 만류했지만, 남성들은 "아니다. 정말 고마워서 그런다. 미안하기도 하고"라며 "우린 다 먹었으니 여기 앉아서 먹어라. 우리 어른들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했다.
A씨는 "그렇게 남성들이 우리의 밥을 모두 결제해 주고 가셨다"고 전하며 "감사합니다. 이 감정 기억하고 있다가 저희도 아저씨 같은 진짜 어른이 될게요"고 고마움을 전했다.
다른 누리꾼은 "내가 시위 다녀온 사람처럼 보이나. 동네 지하철역 앞에 커피집 생겼길래 커피 시켰는데 사장님이 고생했다고 과자 챙겨주셨다"며 "옛날엔 시위 다녀온 티 나면 잡혀갈까 봐 숨겨야 했는데, 자유롭게 시위 갔다가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이 새삼 감사해졌다"고 글을 남겼다.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6일과 7일 벌어진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근처 식당이나 카페 등에 시위 참여자들에게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해 달라며 '선결제'를 하고 이를 공지하는 글이 유행하고 있다.
한 엑스 이용자는 "시위 참석한 사람들 대상으로 밥값 미리 계산하신 분이 계신다고 한다. 김치찌개 결제해 주신 분 정말 감사하다"며 "덕분에 기분 좋게 집회를 마치고 김치찌개보다 더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복 받으시길"이라고 글을 남겼다.
다른 이용자들도 집회 장소 인근 식당에 김밥, 토스트 등을 '선결제'한 후에 "가게에 이름을 말한 후 먹으라"며 공지하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문화를 접한 누리꾼들은 "멋지다. 감사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들 덕분에 따뜻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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