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건드려"..잔혹한 체첸 수장 딸, 김밥·떡볶이 판다
2024.12.10 07:45
수정 : 2024.12.10 13: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권탄압으로 악명높은 러시아 자치공화국 체첸의 람잔 카디로프 수장의 딸이 현지에서 K팝 카페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카디로프의 딸 타바릭 카디로바(20)가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에서 운영 중인 K팝 매장 '치코'를 소개했다.
K팝 카페 겸 레스토랑인 '치코'에서는 김밥,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한다.
또한 직원들은 한국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음식을 홍보한다. 매장 벽지에는 한국풍 고궁과 문양이 그려져 있고, 대한민국 여권 모습을 그대로 본뜬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식당의 운영자는 체첸 수장 람잔 카디로프의 딸인 타바릭 카디로바다. 타바릭은 18살 무렵 사업을 시작해 러시아 전역에 여러 개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는 인스타그램 사용이 금지돼 있으나, 치코는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반대 세력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병력 수만명을 보내 러시아를 지원해왔다. 특히 고문과 사법 외 살인, 동성애 남성에 대한 잔혹한 숙청 등으로 비난받고 있다.
더타임스는 그의 딸이 성소수자(LGBTQ) 인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을 위한 K팝 카페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평소 인권운동 지지 행보를 보인 BTS는 체첸공화국에서 규제 대상이다. 카디로프 지지자들의 반발로 2019년 그로즈니에서 예정됐던 BTS 라이브 콘서트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BTS가 무슬림이 대다수인 체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들의 팬들은 종종 괴롭힘을 당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에는 체첸의 음악적 전통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른 음악에 대한 금지령을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체첸 문화부 장관은 모든 음악과 성악, 안무 구성을 80~116 bpm의 템포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카디로바가 한국 매장을 열고 K팝 앨범과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인스타그램 이용이 금지돼 있으나, 치코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체첸 전문가 해럴드 챔버스는 자유유럽방송(RFE/RL)에 "법률과 전통은 카디로프의 자녀들이나 다른 관료들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그들이 잠재적인 미래 지도자라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건드릴 수 없게 만든다"고 밝혔다.
카디로프는 카디로바를 제외한 자신의 자녀들을 잇달아 고위직에 임명하고 있다. 25살 딸 아이샤트는 문화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체첸 부총리로 임명됐다. 18살 장남 아크마트는 스포츠 및 청소년 정책 부장관에 올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