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수장 '테일러 팹' 강조했지만...'천정부지' 환율이 발목
2024.12.10 14:50
수정 : 2024.12.10 14: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텍사스 테일러 팹(공장)을 생각하며 일해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많은 자본 투입과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계획되고 있지만 팹을 가동하기 위해서 할 일이 아주 많다."
신임 한진만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지난 9일 사업부 직원들에게 취임 일성으로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17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다만, 최근 지정학적 불안에 이어 비상 계엄 정국까지 덮치면서 1400원대 고환율이 굳어지자 미국 내 공장 건설 투자비가 급등하면서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복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미주총괄 시절 많은 고객들이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안타까움 등을 들었다"면서 "사업화 확대를 위한 엔지니어링 활동과 추가 고객 확보에 나서자"고 했다.
한 사업부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 말 미주총괄로 부임해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자타공인 '미국통'인 한 사업부장의 취임으로 삼성 파운드리의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삼성 파운드리 내부에서는 엔비디아, 퀄컴, AMD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3나노(1nm=10억분의1m)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에 집중하자는 당부도 이같은 맥락에서 언급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양품 비율)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아키텍쳐(PA)팀의 팀장들은 연쇄 교체하며 삼성 파운드리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는 수율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삼성 파운드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따른다. 지정학적 불안과 비상계엄 정국에 따라 내년 2·4분기까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경우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에 이어 건설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아직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국 불안으로 보조금이 삭감될 우려도 나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잡기의 핵심 기지가 될 테일러 공장이 정치 리스크에 이어 환율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투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선택과 집중에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