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공유 "소유보다 존재의 사랑...감정 연기 후유증 겪기도"

      2024.12.11 06:00   수정 : 2024.12.18 16: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우 공유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과 ‘도깨비’(2016)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멜로 장인’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그는 동화 같은 판타지 영화·드라마보다 우리사회에 화두를 던지거나 인간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공유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히트작 중간 문제작 ‘도가니’(2011)와 ‘82년생 김지영’(2019)에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만 돋보이는 작품보다 작품 자체에 주목하는 배우임을 드러냈다.

동시에 핀란드 설원에서 펼친 ‘남과 여’(2016)와 같은 영화를 고르며 멜로의 달콤함이 아니라 씁쓸함을 전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도 공유의 취향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궁극엔 두 남녀의 사랑이 있지만, 이 시리즈는 기간제 결혼이라는 도발적 설정에 복잡한 심리전을 펼치는 스릴 있는 멜로 드라마 형태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정원에게 연민 생겨...동질감도 느꼈죠"

‘트렁크’에서 공유가 연기한 한정원은 매우 부유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매우 가난한 남자다. 가정 폭력의 정신적 피해자이자 자기 중심적인 아내에게 여전히 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자는, 연민을 자아내는 남자. ‘트렁크’의 작품 색깔 때문에 939년을 살았다는 ‘도깨비’의 김신보다 더 외로워 보인다.

공유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원이라는 인물을 탐구해보고 싶었다”며 “정원에게 연민이 생기면서 호기심이 시작됐다. 뭔가 작지만, 어렴풋이 동질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정원이 제일 불쌍했다. (두 여자) 인지와 서연은 주체적이다. 그런데 정원은 주체적이지도 못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애어른이라서 정원이 제일 딱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지닌 비현실적이면서도 극단적인 설정 이면의 사랑과 관계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믿는 사랑은 뭔가’라고 질문하는 것 같았다. 이것 또한 잠정적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정리된 생각을 말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사랑과 관계의 지향점에 대해 스스로 곱씹게 되는 경험을 한 작품이다.”
한정원은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있다. 한명은 자신을 소유하려는 전처 이서연(정윤하)과 정원의 ‘완벽한 이혼’을 위해 남몰래 애쓰는 기간제 결혼 상대인 노인지(서현진)다.

그는 노인지 캐릭터에 대해 "한때 앙성애자였던 자신의 약혼자를 소유하고 싶어 했던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그 남자를 제도권 속으로 끌고 들어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계획이 어긋나면서 본인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고, 죄책감으로 자학 중인 인물이다."


공유는 “소유의 사랑과 존재의 사랑이 있다”고 봤다.

“저는 성숙한 관계를 맺고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상대에게 집착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그런 치부같은 것을 드러낸다."
그는 이날 ‘정신적으로 아픈 인물을 계속 연기 중인 것 같다’는 지적에 “이유는 모르겠는데, 의도적 선택은 아니다”고 답했다.

“내가 나를 잘 모를 때가 있다. 저 역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원래 또 정서적으로 그렇게 밝은 사람은 아니다. 나 역시 동화 같은 작품을 해봤지만, 그것만의 판타지도 있고, 그 반대의 판타지도 있다고 본다. '트렁크'에 대한 호불호는 예상했다. 하지만 아주 아주 슬픈 영화를 보면서 더 위로를 받은 기억이 있는 사람으로서 ‘트렁크’도 누군가에게 위로나 치유의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공유는 또 ‘또 오해영’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 팬이라며 “특히 ‘나의 해방일지’ 찐팬이었다”고 했다.

“기간제 결혼과 같은 드라마적 장치나 설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네가 믿는 사랑이 뭐냐? 네가 생각하는 성숙한 인간 관계는 뭐냐? 그런 질문을 던진다고 저는 느꼈다.”
그렇다면 공유 자신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찾았을까?.

“지금까지 그랬듯이 소유의 사랑은 싫다. 상대도 그렇지 않길 바란다. 젊은 시절에는 저와 코드와 맞지 않는 사람을 참아줄 수 있었지만 갈수록 힘든 것 같다.”
'도깨비'이후 슬럼프..."마음 속 생채기 뒤늦게 깨달아"

공유는 이날 배우들이 지독한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를 한 후 그 후유증을 켞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트렁크'의 상대 배우 서현진의 감정 연기를 칭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나면 어느날 그 여운이 툭 온다"고 돌이켰다.

"물리적으로도 호흡이나 에너지를 많이 쓰는데, 간혹 정서적으로 혼돈이 올 때가 있다. 가끔 내 개인의 정서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마음 속에 생채기가 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다."
어떤 작품이 그랬냐는 물음에 그는 '도깨비'를 꼽았다.

"왜 이유없이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들지? 그 이유를 모르겠더라. 계산이 안되고 정리가 안돼서 답답하고 미치겠더라. 김신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아주 많은 감정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느꼈다. 당장 눈앞의 일을 하다가, 내 책임을 다하느라, 내 마음을 미처 돌보지 못했다."
그는 "이제 마음이 진정으로 끌리는 작품을 골라서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이란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역할의 비중보다 '이 이야기가 진정 궁금한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보고 있다.
"
한편 공유는 곧 공개를 앞둔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딱지남의 광기를 폭발시킨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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