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김해도 ‘조류 충돌’ 위험지대…국내 공항 대부분 새 서식지

      2024.12.30 08:57   수정 : 2024.12.30 08: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당시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사고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돼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성과 대책 마련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당일 브리핑에서 오전 8시57분께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이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58분에 사고기 기장이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고 여객기는 오전 9시께 19활주로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고, 3분 후인 9시3분께 랜딩기어 없이 착륙하다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 규명 및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조류 충돌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김포·김해 등 국내 공항 대부분이 철새 도래지 인근

2020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주변엔 현경면·운남면, 무안·목포 해안, 무안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3곳이 존재한다.
보고서에는 "공항 외곽으로 넓은 농경지와 갯벌이 형성돼있으며 동산리 방면은 (새의) 휴식 공간과 먹이가 풍부해 새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지역"이라며 "조사 지역에 겨울 철새 도래지가 분포해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국내 공항 대부분이 철새 도래지 인근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아예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했고 김포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이긴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제주 제2공항과 흑산도 공항 등 현재 추진되는 공항들의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철새 도래지 인근'이라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이유는 ‘비행’이라는 공통 특성 때문이다. 한국환경연구원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관리 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는 항공기와 새가 '비행'이라는 공통 특성을 지니기에 공항에 최적인 곳과 새가 서식하기 최적인 곳이 겹친다고 설명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장애물이 없고 소음 피해가 덜한 지역을 고르다 보니 공항은 대부분 바닷가에 건설되고, 당연히 새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무안국제공항이 특별히 조류 충돌에 취약한 공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조류 충돌은 어느 공항에서나 발생한다"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2019년 108건→2023년 152건, 조류 충돌 대책 마련 절실

문제는 조류 충돌 건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를 놓고 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공항 조류 충돌 건수가 623건에 달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2020년 76건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증가세를 띄고 있다.

해외에서도 조류 충돌의 위험성은 나날이 커지는 모양새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1990∼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야생동물이 민간 항공기에 충돌했다는 신고 건수는 1만9367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조류 충돌이 1만8394건으로 전체의 94%에 달했다.

공항과 그 주변이 개발로 인해 새들의 경로가 불확실해지고, 기후변화로 철새가 텃새로 자리 잡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조류 충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환경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조류 충돌 99%가 공항 반경 13㎞ 이내, 비행고도 2천피트 이하에서 발생한다"면서 "이를 고려한 조류 충돌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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