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키운 무안공항 '둔덕' 국토부가 설계했다

      2024.12.30 16:02   수정 : 2024.12.30 16: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의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둔덕'의 설계를 국토교통부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둔덕이 해당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조사한다고 밝힌 바 있어, 조사의 공정성 확보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30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고 있던 둔덕은 국토교통부가 설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05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며 서울지방항공청에서 설계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공항시설의 건설·운영 및 관리부터 공항 운영에 관한 조정·통제업무 등을 담당한다.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를 두고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고 있는 둔덕이 사고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객기 착륙을 돕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기 위한 둔덕 속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충돌 당시 충격을 키워 폭발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5조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안테나 등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장비와 설치물의 종류는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최소한의 손상만을 입히도록 돼있다. 평시 구조적 통합성과 견고성을 유지하다, 그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항공기에 최소한의 위험만을 가하면서 파손·변형·구부러지게끔 설치돼야 하는 것이다. 또 이를 지원하는 시설은 부러지기 쉬운 장착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다만 국토부는 해당 둔덕이 국제민간항공기구(IAC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활주로 말단으로부터 259m 이내인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해당 지침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항공기 운항에 따른 강풍을 버티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는 구조물이 필요하다"라며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도 이와 명시된 규정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여수공항에도 같은 구조물이 있고, 해외에는 아예 콘크리트 벽체 구조물이 로컬라이저를 지탱하는 형태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로컬라이저는 충돌 시 항공기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파손·변형·구부러지게끔 설치돼야 하는 것과 달리, 이를 지지하는 지지대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오히려 사고 시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시설이 사고 규모를 키웠는가'에 대한 조사를 설계를 했던 국토부가 직접 맡는다는 점이다.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조사는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맡는다지만, 설계를 맡은 국토부 조사를 국토부가 중심이 된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제주항공 사고 기체 조사를 제주항공이 맡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외신에서도 둔덕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항공기가 엄청나게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히면서 화염에 휩싸였고 그것으로 인해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 공군에서 조종사이자 비행 강사로 근무했으며 영국 왕립 항공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항공 문제 전문가다.


한편, 강정현 국토부 항공운항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둔덕이) 시설 기준에 따라 설계·시공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부분은 좀 더 사고 조사를 해서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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