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황철주
파이낸셜뉴스
2025.02.10 18:38
수정 : 2025.02.10 18:38기사원문
![[테헤란로] 일론 머스크와 황철주](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10/202502101838142224_s.jpg)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변화할 글로벌 통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가가 정부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닻을 올렸다.
머스크는 미국을 대표하는 CEO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혁신 아이콘'으로 불린다. 특히 그는 미국 대선운동 기간 트럼프에게 2억5000만달러(약 3640억원)를 지원하며 일찌감치 트럼프 정부 실세로 자리를 굳혔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가칭 '정부효율부(DOGE)'로 불렀던 조직을 '미국 정부효율 서비스(USDS)'로 공식 지정했다. 수장으로는 머스크가 유력하다. 실제로 머스크는 벌써 USDS 구성에 입김을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10년 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전신인 중소기업청 청장으로 내정됐다. 황 회장은 지난 1993년 반도체 장비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일궈냈다. 그뿐만 아니라 벤처기업협회 회장,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기업가정신을 널리 퍼뜨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정부는 황 회장을 중소기업청 청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결국 제안을 수락할 수 없었다. '백지신탁'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백지신탁은 기업가가 공직에 나설 경우 회사 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하는 제도다. 황 회장 입장에서 공직에 진출하기 위해 자식과도 같은 회사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모든 제품 정보가 실시간 전 세계 시장에 공유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과 함께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도태될 수 있다. 석화와 철강, 조선 등 오랜 기간 한국을 지탱해온 산업들이 중국 등에 빠르게 잠식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 이후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한국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치가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는 일이 우선 이뤄져야겠지만, 이와 함께 머스크와 같이 산업에 정통한 기업가를 관료로 적극 등용할 수 있는 풍토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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