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시신과 4시간 비행"… 부부의 끔찍한 해외여행길
파이낸셜뉴스
2025.02.26 05:39
수정 : 2025.02.26 05:39기사원문
항공사, 국제규약에 따라 빈 좌석에 담요로 덮어

[파이낸셜뉴스] 호주 부부가 여객기 안에서 숨진 승객 옆에 앉아 4시간 동안 비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호주 방송 '9NOW', 뉴욕포스트 등 외은 25일(현지시간) 미첼 링과 제니퍼 콜린 부부가 최근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카타르 항공편을 이용했다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승무원들은 숨진 승객을 비즈니스 좌석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미첼과 콜린 부부의 옆 빈 좌석에 시신을 앉히고 담요로 덮었다. 결국 부부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 동안 시신과 나란히 앉아 있어야 했다.
미첼은 "쓰러진 여성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다만 승무원들은 내 옆에 빈 좌석이 있는 것을 보고 '조금만 비켜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문제없다'고만 말했는데 내 옆에 시신을 앉혔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승무원들은 의료진이 시신을 확인하고 이송할 때까지 부부에게 자리에 앉아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한 사실도 알렸다. 도착한 의료진이 시신을 덮은 담요를 치우면서 숨진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고 이를 본 미첼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 국제항공운송협회 규약에는 비행 중 사망자가 나올 때 그 시신을 빈 줄의 좌석으로 옮긴 뒤 담요로 덮도록 했다. 항공편이 만석인 경우는 이 승객이 앉아있던 지정 좌석으로 옮겨야 한다.
승무원들이 규약에 따라 조처하기는 했지만 부부로선 아쉬움이 많았다. 기내에 다른 빈 좌석이 있었음에도 승무원들이 시신을 앉히기 전 부부에게 다른 좌석으로 옮길 것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또 비행기에서 내린 후 항공사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점도 밝혔다.
카타르 항공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선 우리는 우리 항공편에서 슬프게도 세상을 떠난 승객의 가족부터 생각했다"며 "이 사건으로 (다른 승객에게) 불편이나 괴로움을 끼쳐드려 사과드리며, 정책과 절차에 따라 승객에게 연락을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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