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봄 나들이도 식후경! 춘향이 만나러가는 기차서 로컬맛집 음식 즐긴다
파이낸셜뉴스
2025.03.14 04:00
수정 : 2025.03.15 15:48기사원문
힙한 식도락 성지 남원, 미식열차 운행
아침메뉴 성지순례 빵집 '노슈가' 쌀빵에
K버크셔 원조'더찹샵' 잠봉 넣은 샌드위치
점심은 여행 도중 '지리산 흑돼지'집 들러
저녁은 '청룡가' 더덕장어구이 덮밥 나와
광한루원 들러 오작교·봄꽃·원앙 보고
김병종미술관서 '숲멍'함께 풍경화 감상
'미스터 션샤인'촬영지 서도역선 인생샷
![남원 봄 나들이도 식후경! 춘향이 만나러가는 기차서 로컬맛집 음식 즐긴다 [Weekend 레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3/202503131829339214_l.jpg)
【남원(전북)=정순민 기자】 전북 남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춘향전과 추어탕이다. 맞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리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남원에는 이것 말고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봄이 오는 소리가 멀리 들려오는 3월 초, 남원을 다녀왔다.
![남원 봄 나들이도 식후경! 춘향이 만나러가는 기차서 로컬맛집 음식 즐긴다 [Weekend 레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2/202503121439505643_l.jpg)
![남원 봄 나들이도 식후경! 춘향이 만나러가는 기차서 로컬맛집 음식 즐긴다 [Weekend 레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2/202503121442203434_l.jpg)
![남원 봄 나들이도 식후경! 춘향이 만나러가는 기차서 로컬맛집 음식 즐긴다 [Weekend 레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2/202503121452040077_l.jpg)
■추어탕, 지리산 흑돼지…먹거리가 지천
어쨌든 남원 먹거리의 대표 선수는 추어탕이다. 추어탕이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건 청정 자연을 품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남원이 소백산맥과 지리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섬진강 지류인 요천이 사시사철 흘러넘쳐 다양한 농산물이 나고 미꾸라지가 서식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어서다.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추어탕이지만, 남원 추어탕은 좀 남다른 구석이 있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한 맛을 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곱게 간 미꾸라지에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여기에 지리산 인근 고랭지에서 재배한 무청(시래기)을 아낌없이 넣는데, 이게 '신의 한 수'다.
광한루원 인근 추어탕거리에 추어탕집 20여곳이 몰려 있지만, 광한루원서 남원시청 가는 길에 있는 황토식당도 맛있는 탕을 끓여낸다. 남원 시민들이 주로 가는 이른바 '로컬 맛집'인 이곳은 특히 시청 직원들이 애정하는 집으로, 진한 추어탕 국물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 국물이 모자라면 손님이 원하는 만큼 더 주니 후한 인심 또한 맛을 더한다.
요즘 지역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일등공신은 빵집이다. 대전의 성심당이 그렇고, 군산의 이성당이 그렇다. 남원에는 카페 노슈가와 명문제과가 있다. 남원시 주천면에 있는 카페 노슈가는 농협 창고로 쓰던 건물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로, 지난 2023년 행정안전부 농촌살리기 공모 사업으로 조성된 곳이다. '노슈가(No Sugar)'라는 이름처럼 설탕을 쓰지 않고 직접 구워내는 빵 맛이 좋아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현미로 만든 쌀스틱빵, 현미초콜릿빵, 쌀식빵 등으로 따뜻한 커피와 차, 에이드 등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카페 노슈가가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를 자랑한다면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앞에 있는 명문제과는 1980년대식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생크림슈보르, 꿀아몬드, 수제햄빵 등 세 가지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30분과 4시30분 등 하루 세 차례 빵이 나오는데, 이 시간 직전에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 매장이 작아 한번에 5팀만 입장시키기 때문에 주말엔 웨이팅이 필수다. 오래된 빵값은 2000~3000원대로 비교적 싼 편이다.
남원에선 흑돼지에 풍미를 더한 샤퀴테리(Charcuterie)도 맛볼 수 있다. 샤퀴테리는 소금에 절이거나 훈연시킨 유럽식 육가공품으로, 하몽·잠봉·초리조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남원 샤퀴테리의 본산은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마을에 있는 '더찹샵'이다. 한국형 흑돼지 'K-버크셔'를 개발한 육종전문가 박화춘 박사가 20여년 전 낙향해 문을 연 이곳은 현재 그의 아들 박자연, 정원 형제가 지키고 있다. 여기선 포도주에 곁들여 샤퀴테리를 맛볼 수 있고, 하몽이나 잠봉을 만들어보는 샤퀴테리 체험도 할 수 있다.
남원엔 이것들 말고도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청룡가'의 더덕장어구이는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춘향골 소문난 오돌뼈'가 내놓는 지리산 흑돼지는 고기에 진심인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또 섬진강서 잡은 다슬기를 듬뿍 넣고 끓이는 '맑은뜰'의 다슬기 해장국과 맑은탕도 별미다.
남원을 맛볼 수 있는 남원미식열차가 봄꽃이 활짝 피는 내달 말부터 운행된다. 일명 '트레인스토랑'이다. 서울과 남원을 오가며 모두 세 끼를 먹게 되는데, 첫끼는 카페 노슈가의 쌀스틱빵에 더찹샵의 생햄(잠봉)을 넣어 만든 잠봉뵈르 샌드위치가 조식으로 제공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먹게 되는 석식으론 청룡가의 더덕장어구이를 덮밥으로 재해석한 '남원강산도시락'이 나온다. 또 남원 여행 도중 먹게 되는 점심 메뉴는 지리산 흑돼지다.
■광한루원 찍고, 미술관·문학관 보러 고고!
남원에 왔다면 우선 광한루원을 둘러보는 게 순서다.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곳엔 광한루를 비롯해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춘향관, 춘향사당, 월매집 등이 모여 있는데, 그 중심은 둘이 만났다는 광한루와 오작교다. 광한루 앞 연지에는 금실 좋기로 유명한 원앙이 떼를 지어 노닐고, 달에 있는 궁궐을 상상하며 지었다는 광한루에 오르면 멀리 교룡산과 지리산 연봉이 보인다. 봄이 오는 광한루원은 낮에도 볼만하지만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 밤이 더 아름답다.
광한루원 앞 요천 너머에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혼불문학관도 가볼만하다. 남원 출신인 김병종 화백(72)이 자신의 작품을 기증해 지난 2018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 박스를 쌓아올린 듯한 외관부터가 남다르다.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미술관 곳곳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어 '숲멍'하기에 좋고, 멀리 지리산 능선과 파란 하늘이 내다보여 고요함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현재 이곳에선 김병종 화백이 파리, 뉴욕, 더블린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린 풍경화와 그걸 대형 종이조각으로 형상화한 '낯익은 도시, 낯선 이야기'전이 열리고 있다.
혼불문학관은 김병종미술관에서 자동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남원 사매면 노봉마을에 있다. 노봉마을은 최명희 작가(1947~1998)가 지난 1980년부터 17년간 집필한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로, 이곳에는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호성암, 달맞이동산, 서도역 등 소설 속 장소들이 그대로 있다. 최명희 작가는 전북 전주 출신이지만 이곳을 배경으로 양반가 종부 3대의 수난사를 빼곡히 기록했다. 한옥으로 지어진 문학관에는 전시관, 교육관 등의 시설이 있고, 소설 속 이야기가 주제별 디오라마(입체모형)로 재현돼 있어 작품을 이해하기에 좋다. 또 문학관 아래에는 혼불체험관이 있어 도예, 천연염색, 한지공예 등을 체험할 수도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유명한 서도역은 혼불문학관에서 불과 3분 거리에 있다. 소설 '혼불'의 배경지이기도 한 이곳은 지난 2002년 전라선이 옮겨가면서 폐역이 됐지만 이후 영상촬영장으로 쓰이면서 다시 사람들이 찾고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옛 역사와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고 주변에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인생샷을 남기기에 좋다.
남원에는 이밖에도 해발 518m 높이에 돌로 쌓아올린 교룡산성과 그 안쪽 가파른 구릉지에 터를 잡은 절집 선국사, 전북 상류층의 살림집 양식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몽심재 고택,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정령치 등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명소가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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