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 들이민 알래스카 주지사..韓 ‘전략적 모호성’ 대응
파이낸셜뉴스
2025.03.25 17:06
수정 : 2025.03.25 17: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25일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국내 주요 기업들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를 내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콕 집어 동참을 요구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건설 등 에너지 협력을 요청키 위해서다.
향후에 있을 트럼프 정부발(發) 외교·통상 청구서에 대비해 빅딜, 스몰딜의 소스로 우리에게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던리비 주지사는 24~26일 방한 일정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고위공직자는 물론 SK·한화·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과도 접촉해 알래스카 가스관을 비롯한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다.
알래스카 LNG 가스관 사업은은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 푸르도베이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1300km 길이 가스관으로 니키스키까지 옮겨 액화시킨 뒤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LNG 수요가 큰 만큼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미 모두 이익이 남을 수 있다. 던리비 주지사는 "LNG 프로젝트는 수십 년간 알래스카의 숙원 사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에 대한 불이익이 아니라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64조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은 물론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돼 불확실성이 크다. 엑슨모빌 등 주요 석유회사들이 철수하고, 트럼프 1기 정부 때 중국이 무역협상을 위해 뛰어들었다가 손을 뗀 이유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우선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정도의 입장을 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정부가 명확히 한국에 원하는 사안이라 향후 상호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대응키 위해선 놓칠 수 없는 협상카드라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함께 동참을 요청한 일본과 대만도 같은 이유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참여 의사를 표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유사입장국들의 사업 관련 협의 양상도 고려하며 신중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는 내달 2일 발표될 예정이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아직 제기되지 않은 상태이다. 예상되는 우려들이 상당수 현실화된 후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동참을 비롯한 구체적인 협상카드를 마련한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 입장에선 알래스카 가스관 외에도 미 해군 함정 선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수주, 미국산 원유 수입과 대미투자 확대, 원자력발전소 수출 협력 등이 유효한 협상카드로 지목되고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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