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치' 재판관, 형소법서 갈렸다…"검찰 조서 증거채택 엄격히"

뉴스1       2025.04.04 15:51   수정 : 2025.04.04 15:51기사원문

'전원일치' 재판관, 형소법서 갈렸다…"검찰 조서 증거채택 엄격히"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절차적 문제는 단연 '형사소송법 조항 완화 적용'이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심판 절차에 관해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으나, 헌재는 이번 탄핵 심판에서 이와 달리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헌재는 "2017년 선례(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그 선례의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언론을 통해 "검사 조서의 증거 조사는 과거보다 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헌재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심지어 당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절차도 종결된 후였다.

헌재는 4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지만, 형사소송법 완화 적용에 대한 재판관들의 치열한 공방의 흔적은 보충의견을 통해 고스란히 결정문에 남았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 "형소법 조항 완화 적용 가능"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보충 의견에서 탄핵 심판 절차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형사소송법 조항들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형사절차와 탄핵 심판 절차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관 등은 "형사소송절차에서는 수사 대상이라는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자 지위가 사실상 소송 절차까지 이어져 피고인이 검사와 대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회의 소추 의결로 개시되는 탄핵 심판에서는 반대신문 없이 관련자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하더라도 당사자 지위의 대등성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피청구인이 대통령인 경우 그 권한 행사의 정지로 인한 국정 공백과 혼란이 매우 크므로 신속한 심리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된다"며 "그런데 탄핵심판절차에 전문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되면 피청구인이 증거에 부동의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다수의 증인을 채택하여 증인신문을 진행하여야 하므로 절차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 등은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신문조서 중 진술 과정이 영상 녹화된 조서, 진술 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한 조서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국회 회의록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생중계되고 녹화된 영상회의록이 있는 점과 본회의 회의록에는 국회의장이, 위원회 회의록에는 위원장이 서명·날인하는 점 등을 들어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돼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5조에서 정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 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복형·조한창 재판관 "앞으로는 형소법 조항 엄격히 적용해야"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탄핵 심판 청구가 인용되어야 한다는 법정 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도, 앞으로는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 의견을 밝혔다.

김 재판관 등은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를 점차 강화하고,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며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형사소송에서 진술증거의 진실성과 신용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이 소추 사유에 대한 주장과 입증을 하고, 피청구인이 이를 반박하고 증거를 탄핵하며 상호 대립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절차에서는 형사소송절차에서와 같이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재판관 등은 또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탄핵 심판, 형사재판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법질서의 통일성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저해돼 바람직하지 않다"며 "따라서 탄핵소추사유가 형사 범죄사실과 관련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은 탄핵심판절차에서도 가급적 엄격히 적용해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 사이의 불일치를 가능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재판관 등은 피청구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조서는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고 봤다.

이 재판관 등과 달리 국회 회의록에 대해서는 사건관련자들의 경험이나 들은 내용에 관한 진술 등이 포함되어 있고,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질의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도의 신용성 보장이 있는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 등은 "탄핵심판절차에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피청구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반드시 탄핵 심판의 신속성의 요청에 반하거나, 그보다 덜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탄핵심판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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