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피해 갈수록 커지는데.. 피해자, 판결기준에 ‘갸우뚱’

      2017.07.02 17:51   수정 : 2017.07.02 17:51기사원문
김소연씨(가명)는 최근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길거리나 지하철, 버스 등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한다는 글을 봤다. 김씨는 혹시 자신의 사진이 있을까 우려돼 해당 사이트의 '포토갤러리' 게시판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체를 몰래 찍은 사진이 즐비한 이곳에는 뒷모습과 머리가 자신 같은 사진도 있는 것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노골적인 성적 댓글이 잔뜩 있었다.

■신고해도 바로 조치 어려워

김씨는 2일 "황급히 몰카를 신고하기 위해 경찰을 찾았으나 사진과 댓글을 보더니 고소해도 소용이 없는 사안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진 속 인물이 김씨인지 확실치 않은데다 옷을 입은 뒷모습 촬영만으로는 성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김씨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았으나 몰카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성적 모멸감을 느꼈고 좀처럼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몰카를 게시판에서 내리고 유포자 처벌을 위해 곳곳을 수소문했으나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특정 사이트에 올라온 몰카 사진 삭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이마저 처리에 시간이 걸리고 몰카 촬영자가 또 다른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김씨만이 아니다. 문제의 사이트에서는 대학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결국 몰카 사진이 올라오던 게시판에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현재 폐쇄된 상태다.

■법원 판결 기준에 '갸우뚱'

더 큰 문제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 기준이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모르는 여자를 엘리베이터 안까지 뒤따라가 몰래 촬영한 20대에게 대법원이 무죄 확정판결했다. 노출이 거의 없는 옷차림이었고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해 찍지도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짧은 바지를 입은 여성 뒤에 바짝 붙어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몰카범에게는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반면 지하철 승강장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 다리를 찍었으나 특정 부위를 밀착하지 않고 눈높이에서 촬영한 경우는 무죄 선고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판례를 보면 촬영한 부분이 성적 부위가 아니라며 무죄 판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불러올 수 있느냐가 쟁점으로, 굉장히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에 수사나 재판이 담당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의 없이 촬영, 유포하는 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수사 및 재판 담당자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며 "법이 바뀌더라도 인식이 그대로면 피해자 입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적 욕망을 특정 부위에만 초점을 맞춰 판단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몰카 판매 금지법 추진

한편 경찰청 성폭력 범죄 통계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증가하는 등 '몰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등이 '몰카 판매 금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몰카의 근원을 뿌리 뽑겠다는 것으로 법안에는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3일 진 의원실과 와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국회시민사회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몰카 해방의 날-몰카 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에 참석한 진선미.남인순.홍익표 의원은 몰카 피해자들의 증언을 경청하고 입법을 약속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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