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자영업 경기… 논현동·이태원 건물도 통째 비어
2019.03.24 17:34
수정 : 2019.03.24 17:34기사원문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위기의 조짐은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한 고리부터 시작된다. 당시 언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자축할 때 라디오 사연에서는 중소기업의 폐업, 가장의 실업 등 위기의 조짐이 보였다.
지난 23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서울 강남 논현동, 용산구 이태원 등 중심상권의 빌딩들은 경기침체,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등 3중고로 빠진 이빨처럼 곳곳이 비어 있었다. 논현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이어지는 논현동 먹자골목 대로를 따라 걸어보니 핵심 입지인 1층이 비어있는 건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또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건물을 아예 통째로 임대를 놓는 경우도 있었다. 대로 1층 가게를 내놓은 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전에는 카페가 있었던 곳으로 6개월 전에 가게가 빈 뒤로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핵심상권 입지의 경우 1층 가게가 빠지면 대형 커피 브랜드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고 한다. 최근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외식업종 중 그나마 테이블 회전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카페가 영업을 포기한 자리는 6개월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전에 소액 생활용품 전문점이 있던 3층짜리 건물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1년째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서울 용산 이태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강진역과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을 따라 걷다 보니 현재 중식당을 운영 중인 2층 상가, 건물을 통으로 임대를 내놓은 건물도 보였다. 이태원 핵심상권인 경리단길의 경우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주민, 상가가 쫓겨나는 현상)으로 수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접고 있다. 경리단길은 지난해 10월 방송인 홍석천씨가 레스토랑을 폐업하면서 주목받기도 했었다. 젊은이들이 많은 이화여대나, 신촌역 인근의 빌딩 등도 장사를 접고 철수하는 가게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관련 통계에서도 2017년 하반기부터 국내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2017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의 자영업자 창·폐업률을 분석한 결과 폐업률은 2.5%, 창업률은 2.1%로 폐업률이 더 높았다. 신도시 등이 개발될 경우 폐업 없이 창업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가게 중 폐업률이 더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시로 한정해 창·폐업률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4분기에는 개업률(3.4%)이 폐업률(3.3%)보다 높았던 반면 2017년 4분기에는 폐업률(3.2%)이 개업률(2.8%)보다 높았다. 지난해 4분기에는 개업률이 3.1%로 폐업률 3%보다 높았지만 자영업자들이 전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최근 자영업 경기에 찬바람이 부는 이유로 경기침체, 임대료 상승, 경쟁 심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현장의 분석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