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을 키운건 헤일로에 존재하는 엄청난 가스였다"

      2019.12.20 06:31   수정 : 2019.12.20 07: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천문학자들이 유럽 남방 천문대(ESO)의 거대한 망원경인 'MUSE'를 이용해 우주 초기 은하계 중 일부 주변에 차가운 가스가 있다는 것을 관찰했다. 125억년 전 것으로 보여지는 은하 외곽의 헤일로는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위한 완벽한 음식이다. 이 가스 구름은 우주 초기 역사에서 블랙홀이 어떻게 해서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독일 막스클랑크 천문연구소의 에마뉴엘 파올로 패리나는 20일(한국시간) '천체물리학 저널'을 통해 "우리는 이제 원시 은하가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성장과 활발한 항성 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식량, 즉 가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패리나는 "이것은 천문학자들이 120억년 전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기위해 만들고 있는 퍼즐 중 가장 근본적인 조각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홀의 먹잇감이 안보인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칠레 출신의 연구팀은 초창기 우주에서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커질 수 있었는지 궁금해 했다. 패리나는 "태양보다 수십억배의 질량을 가진 이 초기 괴물, 즉 블랙홀의 존재가 큰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첫 번째 별(항성)의 붕괴로 탄생했을 수도 있는 최초의 블랙홀이 급속도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의 빠른 성장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양의 '블랙홀의 먹이' 즉 가스와 먼지를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전파망원경 '알마(ALMA)'로 관측한 결과 블랙홀이 먹을 수 있는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패리나와 연구팀은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칠레에 있는 ESO 초거대망원경(VLT)의 3차원 광시야 분광관측기 'MUSE'를 사용했다. MUSE를 통해 거대한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움직이는 매우 밝은 물체인 퀘이사를 연구했다. 퀘이사는 항성은 아니지만 항성처럼 빛나서 준항성이라고 부른다.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항성을 흡수하는데,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질에서 마찰로 인해 많은 빛을 내뿜는다. 이것을 퀘이사라고 한다.

이 연구는 우주가 아직 유아기였을 때인 125억년 전 것으로 보이는 31개의 퀘이사를 조사했는데, 그 당시는 약 8억7000만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은 우주 역사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나온 퀘이사의 가장 큰 샘플 중 하나다.

■"MUSE는 게임 체인저"
천문학자들은 12개의 퀘이사가 거대한 가스 저장소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앙의 블랙홀에서 10만 광년, 태양 질량의 수십억배로 확장되는 차갑고 밀도가 높은 수소 가스로 가득찬 헤일로다. 또 연구팀은 이 가스 헤일로가 은하계에 단단히 묶여 있어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성장과 활발한 별 형성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 완벽한 식량원을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패리나는 퀘이사 연구에 있어서 MUSE를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ESO의 VLT에 있는 MUSE의 뛰어난 민감도 덕분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퀘이사를 몇 시간 만에 탐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퀘이사는 밝은 반면 주변의 가스 저장고인 헤일로는 관측하기가 훨씬 어렵다.
그러나 MUSE는 헤일로에서 수소 가스의 희미한 빛을 감지해 천문학자들이 초거대 블랙홀을 움직이는 먹잇감을 밝혀낼 수 있었다.

향후 ESO의 초거대 망원경은 과학자들이 빅뱅 이후 첫 수십억년 동안의 은하와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밝히는데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패리나는 "앞으로도 MUSE의 힘으로 더 많은 가스 성운들을 찾기 위해 초기 우주에 더 깊이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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