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는...'입체적 캐릭터'의 日합리적 보수
2020.04.20 18:14
수정 : 2020.04.20 18:24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의 시각에서 볼 때 한 마디로 '입체적 캐릭터'의 정치인이다.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이나 수정주의 역사관에 대해선 단호히 비판하면서도 평화헌법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헌법 9조2항에 대해선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자위대의 존재와 전력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2항간 불일치를 제기한다.
과거 자민당 총재 선거 직전 출간한 대담집 '이런 일본을 만들고 싶다'(2012년)에선 전쟁에 대한 검증과 반성을 행하지 않는 일본의 교육 현실을 비판한 바 있다.
한·일이 위안부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할 당시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으며, 지난해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파기 결정을 내렸던 당시엔 "일본이 전쟁 책임과 마주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근본"이라며 일본 사회에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촉구했다. 일본의 보수 정치인으로선 소신있는 발언이란 평가가 잇따랐다. 그런가하면 강제징용 문제 해법이나 이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인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있어선 아베 정권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단순히 일본의 우파적 시각이라기 보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에 가깝다.
납치, 핵, 미사일 등 북·일간 3대 쟁점에 있어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북·일 대화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엔 신자유주의자였으나, 최근에 저출산·고령화, 지역 발전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합리적 보수'로 자민당 온건파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일본에선 드물게 기독교 신자인 점, 진중한 성미의 명문 게이오대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이라는 점 등도 입체적 캐릭터를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 모두 보수 정치를 표방하고 있으나, 계보가 엄연히 다르다. 아베 총리가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매파 안보노선을 계승했다면, 이시바 전 간사장의 정치 스승은 경무장·경제발전을 강조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자민당 온건보수파 노선을 이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다. 이런 '차이'와 '공통점'이 향후 일본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요소로 작용하게 될 지 주목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