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컴백’ 삼성, 인력•주요사업 손댄다
2021.08.15 18:22
수정 : 2021.08.15 20: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두고 스마트폰, 가전 등 세트 부문의 인력은 줄이고 반도체 쪽은 늘리는 인력 효율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이달 말 무선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이 매듭지어지는 시점에 맞물려 반도체 강화 등 사업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예상보다 빠른 보폭으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재검토 등을 점검하면서 그간 올스톱된 경영시계를 다시 돌릴 것으로 관측된다.
■세트부문 인력 효율화로 첫 단추
15일 파이낸셜뉴스가 취재한 결과 최근 삼성전자는 IT모바일(IM) 산하 무선사업부와 소비자가전(CE) 산하 생활가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로 차·부장급이 희망퇴직 대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3년치 연봉과 퇴직금 등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트 조직은 슬림화하는 반면 인력이 부족한 반도체 쪽은 충원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실제로 반도체·부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간혹 주요 협력사 지원을 목적으로 상생파견을 보내기도 하지만, 업계 경쟁 가열로 대체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탓에 희망퇴직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IM과 CE와 달리 DS 부문은 지금도 상시적으로 채용문을 열어놓고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DS 전체 직원 수가 6만명이 넘지만 삼성은 이 인력으로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면서 "일례로 대만 TSMC 직원은 5만여명이 넘지만 삼성 파운드리(위탁생산)는 2만명이 안 되는 인력으로 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무선사업부는 현재 진행 중인 고강도 경영진단을 한달 연장해 이달 말까지 실시키로 했다. 무선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은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와 경영진단 종료 시점이 겹치면서 조직 혁신의 출발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 경영진단이 끝나면 쇄신 차원의 강도 높은 인사, 조직개편, 관리프로세서 개선 등의 변화가 뒤따랐다.
삼성전자 직원수는 3월말 기준 11만155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10만9490명) 대비 3개월 만에 2064명이 늘며 11만명을 넘어섰다. 부문별로는 △반도체부품(DS) 6만1374명 △ IT모바일(IM) 2만6987명 △소비자가전(CE) 1만2534명 △기타 1만0659명 등이다.
■출소 후 찾은 곳은 집무실
지난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곧바로 자택이 아닌 서초사옥으로 향했고, 7개월 만에 찾은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 현안들을 체크했다.
사실상 경영복귀를 선언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주말 동안 삼성의 주요 사업부들은 이 부회장에게 올릴 이른바 'VIP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 이번주 이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사업부별 구체적인 보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신규공장 입지 선정과 삼성SDI 미국 배터리 신규공장 건설 결정 등은 내부 프로세서를 모두 거치고,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확대 등도 총수의 테이블에서 논의될 안건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포함해 2030년까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미 2018년에 짜뒀다. 하지만 반도체 시황이 급변했고, 이 부회장의 판단에 따라 추가 투자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 경영 복귀를 기점으로 약 130조원의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M&A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실제로 2014년 화학·방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2017년 역대 최대인 9조3000억원에 하만을 전격 인수한 것이 '이재용식 M&A'로 평가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전장, 5세대 이동통신(5G)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4년 만에 빅딜을 추진할 지가 관전포인트다. 삼성전자는 2·4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