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폭등 덮친 분양시장… 대선 이후 공급절벽 더 심화

      2022.06.19 17:39   수정 : 2022.06.19 17:39기사원문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선 이후에도 분양절벽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규제완화 기대감에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로 사업을 늦춘 정비사업들도 최근 건설 원자재값 폭등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시공사를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250만가구+α' 주택공급 계획을 오는 8월 발표한다고 예고하며 통상 2~3개월 주기로 발표하던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발표도 기약 없이 미루면서 민간·공공 모두 최악의 분양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이번 주 발표될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이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대선 이후 더 줄어든 공급

1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3월 9일 이후 6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 민간분양은 6만9768가구가 공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만7254가구가 공급된 것에 비해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올해 일반분양은 4만9223가구로, 지난해 7만3388가구보다 33% 줄어들어 신규 공급과 직결되는 물량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당초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분양을 미루던 사업지들이 대선 이후 물량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는 지난달 분양 예정이었던 래미안 원펜타스(하반기)와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미정)를 시작으로 분양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달 분양 예정이던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중화 롯데캐슬 SK뷰를 비롯해, △동대문구 이문1구역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은 13구역 등이 일정을 미룬 채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건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은 재개발 사업장들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13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지만 신청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경기 성남시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도 시공사 입찰 흥행에 실패했다. 이들 구역은 최근 공사비를 인상했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해외 사업이 위축되며 국내 사업을 무리해서라도 수주했지만, 올해는 자재비가 폭등해 저가 수주 우려가 커지면서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더욱이 정부가 건축비 인상을 예고해 상황을 지켜본 뒤 수주하자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지방선거 전에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려 했지만, 건설사들의 요청으로 이달 말로 일정을 늦췄다. 정비사업에서 건설사의 요청으로 시공사 선정 일정을 늦추는 건 이례적이다.

■ 공공도 중단, 분상제 개편 이후 달라질까

민간 분양 물량과 정비사업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허가 물량을 통해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고 있는 공공 주도 개발 사업까지 일정이 하염없이 연기되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1월 이후 후보지 발표가 중단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이 현금청산 등 문제점을 개선해 8월 대책 이후 다시 후보지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2~3개월마다 발표해오던 후보지 발표가 5개월 넘게 미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후보지로 발표된 곳들의 사업 진행도 멈췄다는 게 더 우려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주민 동의율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는 26곳이다. 하지만 실제 예정·본지구 지정 구역은 9곳에 그쳤다. 최근에는 경기도와 서울에서도 각각 1곳의 후보지에서 추가로 주민 동의 요건을 채웠지만, 8월까지 하세월을 보내야 하는 신세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후보지 중에서 예정지구로 지정돼야 하는 곳들도 많고, 사업을 희망하는 구역 중에서도 양재2동 1구역처럼 이미 주민동의율 67%를 달성한 곳들도 다수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도심복합사업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주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산비 항목을 현실화시켜 분양을 미루고 있는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에 속도는 붙겠지만, 일각에선 기본형건축비 인상과 맞물려 분양가 급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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