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2월 인플레율 102.5%...32년 만에 최고

      2023.03.15 07:34   수정 : 2023.03.15 11: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남미 아르헨티나의 2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100%를 돌파했다.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중도 좌파 정부의 경제대응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민들이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통계청인 인덱(INDEC)은 14일(이하 현지시간) 2월 물가가 전월비 6.6%, 전년동월비로는 102.5% 폭등했다고 발표했다.

짐바브웨·시리아 등과 함께 세 자리 수 인플레이션

1990년대 초반 하이퍼인플레이션 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세다.
아르헨티나는 이로써 세계 최고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오는 10월 22일 대통령, 의회, 주지사 선거 등 중앙·지방정부, 의회 권력을 모두 교체할 수 있는 선거를 앞두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중도좌파 정부가 경제성과를 내려 하는 시기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시민들은 이번 선거 최대 이슈로 인플레이션을 꼽고 있다. 그 뒤를 부패와 빈곤이 따르고 있다. 3대 이슈 모두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통화 증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친 탓이다.

아르헨티나 통화 유통량은 페르난데스 대통령 집권 첫 3년간 4배 폭증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세 자리 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 내전과 항만 폭발 여파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레바논, 나라가 붕괴하고 있는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내전으로 황폐화된 시리아와 함께 세 자리 수 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라는 오명도 함께 안게 됐다.

전망도 비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내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좀체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이 다수다.

공정가격제

아르헨티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극단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프레치오스 후스토스(Precios Justos)'라고 하는 이른바 '공정가격' 제도를 시행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까지 1700여 재화 가격을 일시적으로 동결해 치솟는 물가를 일단 막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경제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근본 원인이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는데는 역부족이었다.

2021년에도 비슷한 제도가 시행됐지만 물가를 잡는데 충분하지 않았고, 경제심리만 위축됐다.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가뭄으로 흉작이 지속되고,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 수출 역시 차질을 빚으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치달았다.

민간기관 분석에 따르면 2월 현재 순외환보유액이 고작 42억달러(약 5조4500억원)에 불과하다.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은 440억달러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지속하려면 아르헨티나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효과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달 IMF로부터 53억달러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돼 있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IMF 집행부가 제동을 걸 수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