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 " 故 송해처럼…평생 방송인으로 사는 것이 내 목표" ③
2024.03.18 14:02
수정 : 2024.03.18 14:02기사원문
[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기억해 주시면 기쁘고 감사한 일이고. 꼭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아나:바다]의 첫 주인공으로 이금희를 만났다.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시작한 방송 인생. 꿈꾸던 아나운서가 되어 '끝'은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온 KBS에서의 11년, 그리고 18년간 전 국민의 아침을 함께 했던 '아침마당', 또 소통과 진심을 최우선으로 거쳐온 라디오들이 이금희의 바탕이 되었다. '아침마당' 이후에는 새로운 것도 도전해 보는 유연함으로 삶을 더욱 다채롭게 칠하고 있다.
"안 되면 어때요, 도전했으니까 안 되는 것도 알 수 있었잖아요." 이금희는 웃었다. 평생 방송인으로 살고 싶다는 이금희가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아나:바다】이금희 편 ②에 이어>
-프리랜서로서 어떤 루틴의 삶을 살고 있나.
▶일단 나는 방송이 최우선이다. 기본은 주 5회 생방송이고 못해도 4회 이상 하려고 한다. 왜냐면 나는 방송인이니까. 같은 시간인데 더 많은 수익의 제안이 온다? 그래도 저는 돈 따라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내게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방송으로 얻는 기쁨, 보람이 보인다.
▶방송이야말로 소통의 창구다. 특히 라디오는 정말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누가 고민을 보내면 다른 청취자가 그것에 대한 경험담이나 해결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나 혼자서는 생각지 못한 내용도 있다. 그럴 때 참 좋다.
-방송인 아닌 이금희의 삶도 잘 꾸려가고 있나.
▶내 삶에 만족하고 있으니 잘 꾸려가고 있는 게 아닐까. 최근에 경제 쪽 일을 하는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돈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은 선배가 유일해'라고 하더라. 나는 그걸 의식하지 못했다. 내 일 열심히 하고,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돈도 벌고 좋아하는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지'라는 짤(사진)이 유명하다. 이금희 씨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은 뭘까.
▶나도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먹고 살 만큼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밥을 사줄 수 있는 정도면 좋겠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혼자 살고 있으니 '일'인 것 같다. 돈도 벌 수 있고 내 삶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일이니까.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어떤 방송인으로 기억이 되고 싶나.
▶글쎄 '어떤 방송인'으로 기억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시청자분들이 꼭 저를 기억하셔야 할 의무는 없는 거니까, 기억을 해주시면 기쁘고 감사한 일이고. 꼭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기자도 미혼으로서 '혼자'라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사를 할 때가 됐는데, 미혼이 결혼 전 단계의 '임시'의 삶은 아닌 것 같아서 고민하던 중이었다.
▶최근에 들은 것이 있다. 젊은 친구들이 (싱글이 아니라) 큰 침대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싱글의 삶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지만, 싱글이어도 큰 침대에서 자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거다.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싱글은 임시가 아니다, 지금 내 삶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어머니가 결혼을 바라실 때 '내가 결혼해서 행복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행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불행하지는 않아, 엄마가 원한대로 결혼해서 행복하면 정말 좋겠지만 혹시나 불행해져서 엄마를 원망하면 어쩌나. 난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살아보니 나의 경우에는 싱글 라이프가 잘 맞은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젊은 사람들 말이 대체로 맞는 것 같다.(웃음) 특히 다양성을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그렇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분야의 '덕후'가 되는 삶도 참 멋지지 않나. '덕질'이 삶의 활력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결의 전문가가 되기도 하니까.
-삶의 방식이 유연한 것 같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가도 된다는 마음가짐은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닐까. 젊은 시절은 정말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치열하게 살았다. 나중에 제가 죽으면 '열심히 살다 갔다'라고 묘비명을 써준다는 친구도 있었다.(웃음) 열심히 했고 그런 게 다 내 노력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보니 누구나 열심히 하는데 운도 좋았던 거라는 걸 알게 됐다. 방송 하나만 해도 글을 써주는 작가가 있고 PD가 있고 내가 하지 못하는 분장을 해주는 전문가도 있고 주변 분들의 도움 없이는 못 하는 것들이다. 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나 혼자 잘 되는 것도 아닌 거다. 대단한 보답은 아니더라도 여유가 되면 주변 동료들에게 밥도 사고 선물도 하려고 한다. 늘 고마움을 안고 있다.
-방송이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방송이 아닌) 강단에 선 것도 내게는 신기한 도전이었다. 모교여서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다른 길은 생각지 않았다. 송해 선생님처럼 평생 방송을 하는 것, 그게 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