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돌봄 수당' 지급, 실효성 있을까

      2024.08.15 16:12   수정 : 2024.08.15 16: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부모 돌봄 수당'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시행 초기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도 돌봄 부담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 제도는 맞벌이 부부와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돌봄의 책임이 조부모에게 과도하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 사례를 벤치마킹한 경기도 일부 지자체와 경상남도 등이 '조부모 돌봄 수당'을 시행 중이다. 지자체별로 신청 자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2~3세가 영유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가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 외 양육 지원자 중 조부모의 비중은 48.8%에 달하며, 특히 영아의 경우 이 비율은 53.9%로 더욱 높아진다.

조부모 돌봄 수당의 도입으로 부모는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덕성여대 은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등원 전과 부모 퇴근 전까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에서, 조부모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조부모의 손주 돌봄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조부모에게 돌봄의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조부모가 자발적으로 돌봄을 선택하기보다는 돌봄을 강요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부모 돌봄 수당이 실질적으로 혜택이 되지 않는 가정도 있으며, 이러한 제도는 자칫 지자체가 가족들에게 돌봄 책임을 떠넘기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부모 돌봄 수당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수당 도입에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이라며 "사회적 돌봄체계,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고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 과제가 많은데 조부모 돌봄으로 행정력으로 분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전문 돌봄 인력 체계 구축과 유연한 근로제 도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고, 조부모 돌봄 수당의 전국 확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