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한다더니..SNS서 욕설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

      2018.05.21 14:39   수정 : 2018.05.21 14:39기사원문
자유한국당이 국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발족한 디지털정당위원회의 소속 한 위원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욕설을 퍼부어 빈축을 사고 있다. 앞서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에서 "악플과 소통할 필요가 없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적을 무색케 한다는 것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 A씨는 지난 5월11일 페이스북 '경북대학교 대신 말해드려요'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에 욕설이 섞인 악성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이달 초께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 중이다.

■반대 의견에 욕설..홍준표 대표는 악플 비판
해당 게시글은 최근 논란이 된 경북대학교의 한 강사가 식품영양학과 수업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과 '고래회충' 합성한 사진을 사용한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A씨는 댓글을 통해 "웃긴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욕하는건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라고 외치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만 나오면 발정난 개XX마냥 달려들어서 지X발광을 하는게 우덜식 민주주의에 정신병자 아니냐?"고 주장했다.

해당 댓글에 한 네티즌이 반발하자 A씨는 "그리고 이게 정치적얘기냐 개XXX아. 씨XX이 기분X같게 초반부터 욕지거리하네 하네 병X같은X이"라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A씨가 사이버 상에서 보인 행동은 디지털정당위원회의 설립 취지와 배치되는 부분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네티즌 여론 수렴과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유한국당 내 조직으로 위원은 당대표가 임명한다. 현재 당원으로 이뤄진 약 100명 가량의 위원이 사이버 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해 9월 열린 디지털정당위원회 출범식에서 열린 '악플과 소통하다' 주제의 토크쇼에서 "악플은 보지 않는다. 악플을 쓸 정도의 사람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상대 안 해도 된다"며 악성 댓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거희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위원들에게 '말을 가려서 해야 하고, 품의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봉사직에다 인원이 많아 100%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잘못된 사례를 발견하면 해당 위원에게 권고를 하고, 대부분 시정되고 있으나 일일이 뒤져볼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욕설은 정치 실종의 원인..민주주의 기반 훼손"

최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사이버상 여론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대방 진영에 대한 극단적인 비방·흑색선전이 정치불신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이성적 프로세스여야 하는데, 욕설을 쓴다는 것은 정치를 감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정치를 실종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대부분 정당 산하의 디지털소통 조직은 일종의 공작에 가까운 발상을 갖고 있다"며 "여론조사 기관에서 이런 행위들이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해줬기 때문인데, 우려스러운건 공작 정치가 민주주의 기반을 훼손시키고 시민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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