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자폐 치료해야 평생 증상 완화"
2022.09.21 14:52
수정 : 2022.09.21 14: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년기에 자폐를 조기 진단해 집중적인 약물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평생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폐증상이 있는 어린 쥐를 약물 치료하면 다 성장한 쥐의 행동에서 정상적인 사회성 움직임이 보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팀은 자폐를 유년기에 미리 알아내 약물 치료를 하면 완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21일 발표했다.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성장 과정에 따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유년기의 집중 치료 후 추가로 약물을 투여하지 않아도 평생 자폐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세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발병하는 뇌 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사회적 상호작용 결여, 반복 행동 등이 대표 증상이다.
■청소년기 주춤하다 성인때 재발
우선 연구진은 배용철 경북대 교수팀과 함께 자폐 모델 생쥐의 자폐 증상이 성장 과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자폐증이 있는 어린쥐는 청소년기에 일시적으로 정상화됐다가 성체시기에 다시 강하게 자폐증상이 나타났다.
자폐증상이 있는 어린 실험쥐는 정상적인 생쥐와의 사회적 교류를 잘 하지 않고, 우리 안에서 뜀박질을 반복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대표적 자폐 유발 유전자인 'MYT1L 유전자'를 제거한 어린 실험쥐의 뇌 변화를 살펴봤다. MYT1L을 결손 시킨 유년기 생쥐 뇌의 전전두엽에서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 전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두 시냅스의 균형이 깨지면 뇌 정신질환이 유발된다.
MYT1L 유전자 결손은 성체시기에서는 억제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전달을 증가시켰다. MYT1L 결손으로 인한 유년기의 뇌 변화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돼 있다가 성체시기에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자폐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조기 치료받아야 치료 효과
연구진은 또 다른 자폐 모델 생쥐에서 조기 치료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ARID1B 단백질'이 결여된 쥐는 사회성 저하 및 반복 행동을 보였다.
연구진은 뇌의 변화가 유년기에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험쥐에게 흥분성 시냅스를 항진시키는 약물인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생후 3주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유년기 약물치료를 받은 돌연변이 생쥐는 성체가 되어도 정상 생쥐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성과 반복 행동을 보였다. 시냅스의 신호 전달과 수 역시 정상화됐다.
김은준 단장은 "다른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자폐 증상 역시 유년기 진단 및 약물 치료로 완화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지난 21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월 27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