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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태풍' 정말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3 04:44

수정 2014.11.07 14:04


은행권 2차 구조조정에 정말 ‘감원태풍’은 없을까.

금융지주회사를 이용해 한빛-조흥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묶으려는 정부 방침이 금융권 조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금융지주회사의 등장이 과연 대규모 추가 감원 문제로 이어지느냐의 여부다.

정부는 “1차 합병때와 달리 이번에는 인력감축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3일 “지주회사 방식의 구조조정은 합병이 아닌 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노련측은 “급한 불만 끄고 보려는 임기응변”이라며 “최소한 30% 이상의 대대적인 감원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시각차는 노측의 강한 불신과 맞물려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련이 예고한 ‘은행 총파업’에 금융계가 초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도 지주회사 방식의 점진적인 은행 통합이 당장 합병을 하는 것보다는 감원폭이 적겠지만 결국은 상당 규모의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감원의 속도,즉 시간이다.

◇오락가락하는 금융당국=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 산하에 한빛-조흥은행 등을 둔 다음 서서히 통합을 하면 인위적인 감원 없이 인력재배치와 자연감원 수준에서 인력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3일 “통합 대상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상당기간 존속하게 되기 때문에 은행 강제합병에 따른 인력-조직 감축은 없다”고 말했다. 위성복 조흥은행장도 “지주회사방식의 통합은 인력감축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감원 수위’가 오락가락하면서 노측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위는 당초 “지주회사식 은행 통합을 하면 감원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감원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측의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자 “인력감축은 아예 없다”는 식으로 뉘앙스를 바꿨고,최근에는 “지주회사 산하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은행들은 강제하지 않겠다”며 매우 혼란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

◇감원은 불가피하다=금융노련은 감원이 없다는 금융당국의 주장 자체가 허구라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당장은 손을 대지 않겠지만 결국은 대량 감원을 단행하게 될 것이라는 게 노측의 관측이다. 김성환 외환은행 노조부위원장은 “한빛-조흥-외환은행 등을 금융지주회사로 묶을 경우 최소한 현재 인원의 30% 이상이 정리해고될 것”이라며 “이는 관치금융으로 인해 심화된 금융부실의 책임을 은행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전문가들도 인력-조직 감축 없는 은행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 방식의 은행 통합이 한꺼번에 대규모 인력을 정리하는 감원태풍과 이에 따른 충격을 분산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감원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통합은 있을 수 없다는 것. 다만 감원폭만큼은 20% 안팎에서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자연감원을 감안할 경우 충격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동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제 도입은 현 금융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정부와 노조는 감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그 폭과 충격을 줄이는 타협점을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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