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남북 장관급회담 이모저모]화해무드에 연신 웃음소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31 04:51

수정 2014.11.07 13:36


남북은 30일 오전 10시 예정대로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룸에서 첫 장관급 회의를 갖는것을 시작으로 이날 오후 2차회의를 속개하는 등 공동선언 이행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전 양측은 10여분 동안 공개된 환담을 통해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

회담장에 나란히 입장한 남측 박재규, 북측 전금진 수석대표는 자리가 정돈되자 악수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이 두 수석대표에게 한 차례 더 악수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전 수석대표는 “배우적으로 해야 합니다”라고 화답.

이에 박 수석대표는 “합작 영화사를 하나 만들어 둘이서 주연을 하자”고 응대하고 전 수석대표 또한 “예, 만들죠”라고 대답해 좌중에는 웃음이 만발.

박 수석대표가 전 수석대표에게 “주연이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전 수석대표 옆자리의 북측 김영신 문화성 부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박 수석대표는 “전문가 선생이 된다고 하니까 잘 되겠죠”라고 답변. 이날 환담에서는 전 수석대표가 “지난 밤 용꿈을 꿨다”고 말해 전망을 밝게 하기도.

○…환담이 마무리 되는 단계에서 북측이 제시한 홍성남 총리 명의의 신임장에는 북측 대표단의 이름과 직위가 차례로 명기돼 있었다. 386세대로 눈길을 끌고 있는 량태현 내각사무국 성원은 ‘내각 사무국 과장’이라고 직책이 적혀 있었다.


장내 정리 요청에도 기자들의 퇴장이 늦어지자 박 수석대표는 “지난 6월 정상회담의 열기가 높아 후위 고위급(장관급)회담도 취재 열기가 높다”고 말하자 전 수석대표는 “열기를 식히지 말고 상승시켜 화해·단합·통일시대를 열어가는 사명을 훌륭히 수행하자”고 화답.

회담장 전면에는 하얀 색 바탕에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이라는 표지가 마련돼 있었고 바닥에는 연한 갈색의 카펫이 깔려 있었다. 북측에서는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민주조선의 취재기자와 조선방송위원회 카메라 맨 등이 나와 회담 취재에 열중.

○…양측 대표단은 오전 11시36분께 첫 회의를 마친 뒤 회담장 문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사진촬영에 응했다. 양측 대표는 그러나 ‘오늘이나 내일 합의문이 나오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신중을 기하는 모습.

전 단장이 낮은 목소리로 “기다려 달라”고 하자 박 장관도 이를 받아 “기다려 달랍니다”라고 말했다.

전 단장은 또 ‘이쪽을 좀 봐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배우 노릇하기 참 힘듭니다”라고 농담을 던졌고 박 장관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양측 대표단은 회담장 옆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5분여간 대화를 나눈 뒤 오찬장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으로 출발.

○…60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인 회담장 주변에는 북한기자들도 나와 우리측 취재진으로부터 질문공세.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기관지인 민주조선 박인철 기자는 “잘 될 걸로 본다. 세부적인 것보다 큰 설계가 이뤄진 다음에 기둥을 다듬어 나가면 순리대로 되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전망.

서울 방문이 두번째라고 밝힌 그는 “남한언론들도 민족과업과 통일을 위해 6·15공동선언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나”라며 “(남한 신문을 보고) 이런 점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북한에는 이산가족 상봉 준비 상황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잘하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여기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다른 북한기자는 북한의 식량난을 묻는 질문에 “가뭄이 몹시 들었는데 (최근비가 와) 많이 해소됐다”면서 “조금 어려운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양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60석 규모의 정자홀을 갖춘 삼원가든에서 생갈비 80인분, 백세주 18병, 보쌈과 야채 등으로 점심을 함께 했다.


남측 박 수석대표는 “이번 장관급회담의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의견이 같거나 다른 것도 있지만 대표단 모두 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 그는 또 “두 정상이 화해 협력의 소중한 씨앗을 뿌린 만큼 공동번영과 통일의 나무를 키워가자”면서 건배를 제의.

이에 북측 전 단장은 “나는 준비없이 나왔다”고 겸손해 하면서 “음식 놓고 얘기 많이 하는 것은 결례다. 한마디로 대단히 감사 드린다”고 화답. 전 단장은 “6월 공동선언이 있은 지 40일이 지나 공동선언의 위대한 생활력이 나오고 있다”면서 “화해 통일의 힘은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

특히 그는 “첫 걸음에 배부를 수 없으나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첫 회담이 잘돼가고 있다”고 운을 뗀뒤 “내일쯤이면 좋은 선물을 민족앞에 내놓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

○…북측 대표단은 오찬을 끝내고 오후 2시 30분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도착해 민속관을 참관하면서 구석기 시대 전시관, 경기 연천 전곡 유적관,암사동 유적관 등을 관심있게 돌아봤다.


전 단장은 방명록에 “우리 민족은 우수한 문화 민족입니다.민족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하고 민족 제1주의로 나아가 민족의 우수한 문화로 더욱 발전시키고 빛내어 나갑시다”고 기록.

북측 대표단이 북한에 있는 문화재 만월대를 복원한 작품앞을 지나자 롯데월드 이호준 과장은 “우리측 자료가 없어 일본에서 열린 역사도시 박람회에 출품된 북측출품자료를 참고로 만들었다”고 설명하자 전 단장은 “아주 잘 됐습니다”고 만족감을 표시.

특히 북측 기자들은 북한술 진열장을 지날 때 롯데월드 오용환 대표이사가 “북한술을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한다”고 소개하자 사진을 찍는 등 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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