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쿠바의 첫날밤.
코히바호텔에 보따리를 던져놓고 호텔 밖으로 나오자 말로만 듣던 오빠부대(?)들이 몰려든다.
백인소녀, 흑인소녀, 흑백혼혈 뮬레토, 피부색깔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솜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다.
그녀들은 모두 기꺼이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오겠다는 것이다.
20달러,15달러 심지어 10달러를 호가하는 아가씨도 있다.
이 나라의 공식환율은 1달러에 1페소다.
그러나 백주대로, 중인환시(衆人環視)속에서도 버젓이 거래되는 암시세는 1달러에 25페소니 10달러면 250페소, 쿠바 성인남자의 한달 월급을 웃도는 것이다.
이들 중엔 전업창녀가 있는가 하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고생·여대생도 부지기수다.
경찰이 깔렸지만 그들은 길거리의 어린 창녀들을 단속하지 않는다.
몇년전, 우루과이를 방문한 쿠바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가 기자회견 석상에서 어느 짓궂은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공산혁명정부 쿠바엔 어린 창녀들이 우굴거린다는데 그것도 외화획득의 일환인가.”
곤혹스런 표정을 짓던 카스트로가 말문을 열었다.
“불행하게도 그런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그녀들은 많은 교육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하다.”
맞는 소리다.
그녀들은 창녀 특유의 천박함과 암울한 빛이 없고 청순하고 이지적이다.
해맑은 어린 딸들이 몇 푼의 달러에 몸을 팔고 이를 정부가 묵인하는 나라, 쿠바.
어쩌다가 이 나라는 이 지경이 되었나.
아름답던 올드 아바나 거리는 풍상에 삭아 내리고 빛 바랜 거리엔 새빨갛게 녹슨 50년대 자동차가 터덜터덜 불완전 연소의 매케한 매연을 내뿜고 시도때도 없이 어린 창녀들은 헤픈 웃음을 날리는 이 가난한 나라에 골프코스가 두 개나 있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다.
하나는 바라데로에 있고 또 하나는 아바나에 있는 아바나 컨트리클럽이다.
만사 제쳐놓고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갔다. 공항 가는 길목에서 왼쪽으로 꺾어들어가 아바나 시내를 살짝 벗어난 둔덕 위에 정말로 잔디도 파랗게 골프코스가 뻗었다.
캐나다 대사관 서기관 부자(父子)와 어울려 라운딩하게 되었는데 널찍한 페어웨이, 잔디상태도 썩 좋고 적당한 업다운에 홀과 홀 사이는 울창한 나무가 들어찼고 금상첨화, 대통령 골프다.
한가지 흠이라면 그린이 영 신통찮다.함께 라운딩한 캐나다인 부자가 번갈아 숲 속을 헤매는 통에 코리안 골퍼의 매너를 보인다고 함께 공을 찾느라 라운딩 시간의 반 이상을 숲 속에서 보낸 것이다. “소리”를 연발하면서 끈질기게 공을 찾는 이유가 그럴 듯하다.
여기서는 공 값이 비쌀 뿐더러 쉽게 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린피 9홀 20달러, 18홀 30달러, 클럽렌털피 10달러, 캐디피 9홀 3달러, 18홀 6달러, 공짜로 한 거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나라 임금수준에 비하면 그린피가 300만원쯤 된다는 얘기다.
클럽하우스 식당이름이 섹시하다. BAR ‘19HOYO’, 19번홀이라는 뜻이다.
모르긴 몰라도 나는 쿠바에서 골프를 한 최초의 한국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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