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표류하는 건설주택정책]건설산업 탈출구가 없다(1)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2 04:52

수정 2014.11.07 13:32


건설교통부의 건설주택정책이 여론따라 춤을 추고 있다. 건설주택정책·국토이용계획은 백년대계여야 함에도 여론무마용·선심용 등 일회성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이에 따라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중장기 투자가 선행돼야 할 건설 산업이 건교부의 조변석개식 행정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 흔들리는 건설주택정책이 업계와 소비자에 미친 파장과 대책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을 비롯,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들이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부재를 꼽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를 한답시고 건설업체 등록제도를 신고제로 바꾸는 바람에 모자란 공사물량에 업체수만 늘어 저가낙찰,과당경쟁을 불가피하게 했다. 시공중인 공사조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업계를 자금난으로 몰아 넣었다. 업체가 돈을 선투입하여 자재를 사고 공사를 마치더라도 제때 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어려움이 점점 가중되었다.

공공공사에서 지급토록 한 선급금 지급도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을 비롯한 정부투자기관들이 외면하고 건교부는 이를 방관해 왔다.

워크아웃 건설업체들의 공사수주나 신규사업도 금융기관이 보증을 서주지 않는 등 오히려 수주에 방해를 받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IMF체제의 시작인 97년말에는 3896개 업체가 74조9000억원의 공사를 수주했으나 올해는 5945개 업체가 59조1000억원 상당의 물량을 따내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업체수는 2049개(53%)가 늘어났으나 일거리는 오히려 15조8000억원(21.1%)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건설경기 체감지수는 97년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대형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락가락 건설 정책으로 국민총생산(GDP)의 20%가 넘는 건설산업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고,업계를 총체적 부실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동아건설과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건설도 최악의 유동성위기를 맞고 있는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 중 현대·대우는 부동의 1,2위를 고수하던 업체들이다.동아건설도 3∼4위를 놓치지 않았다.아파트건설 대표업체였던 우방도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으로 근근이 버텨가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간판 기업인 이들 업체가 하나같이 부실해진 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이 쓰러지면 뒤늦게 지원을 하고 경영이 잘 될 때는 공사원가도 주지 않는 건설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교부 정책은 아침저녁으로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확 풀었다가 상황이 바뀌면 다시 묶는다.

언론 지적후 급조해 발표한 ‘국토난개발방지종합대책’으로 지난 94년부터 시행해 온 준농림지제도를 사실상 폐지,아파트 건설부지로 준농림지를 확보한 주택건설업체들이 사지에서 헤매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부지로 확보한 준농림지는 어림잡아 250만여평. 부지확보를 위해 선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음은 물으나마나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건설규제완화를 외치며 98년10월 분양가 전면자율화를 실시했고 29년이나 묶어왔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IMF로 침체된 건설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각종 건설주택경기 부양책을 펴 웬만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아파트건 주상복합 건물이건 업체 마음대로 지어 분양토록 유도(?)했던 건교부가 최근 들어 개발을 억제하는 쪽으로 돌변하자 건설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건교부 정책따라 사업했다가 망하기 십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택업계에서는 준농림지가 폐지될 경우 2∼3년후 택지부족으로 인한 주택대란이 일어날 것이 뻔한데 건교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여론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피스텔과 주상복합건물의 건설규제도 풀었다 묶었다 몇번 반복하는 바람에 주택업계의 명암이 엇갈렸다. 규제를 풀었을때 오피스텔을 분양한 업체는 황금노다지를 캤고 규제할 때 분양했던 업체들은 하나같이 부도를 면치 못했다.

최근 서울 수도권의 전셋값이 급등,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하반기 신규 입주물량이 많아 전세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주택은행이 취합한 조사자료를 근거로 7월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0.1% 상승했다고 건교부는 밝히고 있지만 실제 전세시장은 삼복더위를 방불케할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주택건설허가실적이 17만가구에 그쳐 올해 목표 50만가구 건설에 적신호가 켜지고 통계청이 2일 발표한 99년 건설업 통계조사 결과 지난해 건설경기는 IMF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 정도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주택업계는 이처럼 건설주택업계가 사면초가에 처해 건설산업이 붕괴 위기에 있는데도 건교부에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국·과장급들로 구성된 정책실무책임자들은 자신이 근무할 동안 감사원 지적등 아무런 책임질 일만 발생하지 않으면 안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 책임의식 없이 일하는 건교부 관리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한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장영수)는 이날 오전 여의도 63빌딩 일식당에서 이해찬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초청 간담회를 갖고 SOC투자확대,건설기업 자금난 해소,해외건설지원강화 등의 지원책을 건의했다.

이날 건단연은 내년도 SOC예산을 올해보다 3조원이상 늘린 17조원으로 증액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또 이달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키로 한 공사대금담보대출 특별보증도 내년 8월말까지 연장하고,공공발주기관이 지급토록 돼 있는 선금의무 지급률도 반드시 지켜줄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서민층 재산형성을 위해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고,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범위도 확대해 줄 것을 건의했다.

/ somer@fnnews.com 남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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