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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운용 내부감시제 '시늉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2 04:52

수정 2014.11.07 13:32


국내 투신사들의 ‘컴플라이언스(펀드운용준법감시)’ 체제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컴플라이언스는 투신사들이 고객이 맡긴 돈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펀드 운용관련 내부 감시제도다.

선진국에서는 펀드의 수익률보다 운용과정을 중시해 각 투신사들이 단골 고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국내업계는 투신사가 설립된 지 26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수탁액 경쟁에만 열을 올리며 펀드운용에 대한 감시는 전혀 신경을 쓰지않고 있다.

지난 6월말 대투 및 한투 펀드매니저들이 연루된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사건 이후 각 투신사들은 자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전격 도입,자체 감사에 나서는 등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했지만 그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나 흉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어떻게 운용되나=컴플라이언스는 지난 4월 신탁업법이 개정되면서 ‘준법감시인제도’ 를 도입,본격적으로 운용했지만 아직 대부분의 투신사들은 이 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운용스케줄이나 체계적인 감시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도입시기도 설립때부터 시작했다고 주장하지만,정작 본격적인 가동은 6개월 미만이 대부분이다. 법 개정에 따라 시늉만 내온 셈이다.

◇국내 투신사들의 현 주소=투신사들이 서둘러 컴플라이언스를 도입한 것은 증시나 채권시장에서 일어나는 ‘작전’을 사전에 차단해 땅에 떨어진 투신권의 신뢰를 회복해 보자는 취지에서 였다.
그러나 기존의 회계를 감사해 오던 감사인력에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자체 인력을 충당해 머리수만 짜맞췄다. 한마디로 기존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투자신탁(운용사 포함)은 20조원이 넘는 운용규모에다 펀드수가 2500개에 달하지만 컴플라이언스 담당직원은 운용사 포함 고작 8명 뿐이다.

한투는 50여명의 펀드매니저들이 1500개의 펀드를 굴리고 있는데도 운용사의 경우 이를 감시하고 감독 지도할 컴플라이언스 담당직원이 5명에 불과하다.

중소투신운용사의 사정은 더 하다.
전문성은 그만두고라도 인력면에서 평균 회사 당 3명에 그치는 수준이다. 조흥투신의 경우 2명이 수조원대의 운용규모를 감시하고 있다.

중소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세부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고 있어 또 하나의 ‘부서만들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 마저도 인력전문성이나 전산시스템상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개선의 여지는 있나=펀드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지를 계량화해 판독할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도 드물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회사의 내부적인 준비 소홀 뿐만 아니라 투신협회나 금융당국에도 있다.

투신협회는 2일 현재까지 각 투신사별 컴플라이언스에 대해 운용인력이나 내역 등에 대해서도 규모파악 등 기초적인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게다가 금융당국도 법개정 이후 세부 시행령을 9월말에 가서야 내놓는다며 늑장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투신협회의 ‘내부통제기준’은 그 이후에나 가능하고 각 투신사에 배부는 연말에나 가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mkpark@fnnews.com 박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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