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맨 마지막에 다뤄진 ‘동북아시아 개발은행’(NEADB) 설립 문제였다. 남덕우 전 총리와 스탠리 카츠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교수(경제학) 등 거물급이 토론에 참가해 무게가 실렸다.
○…패널리스트로 참가한 남덕우 전 총리는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금융기관의 지원이나 민간투자 만으론 동북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충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이러한 격차를 메울 메커니즘을 국제 자본시장에서 찾아야 하며 NEADB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전 총리는 북한 나진·선봉의 예를 들어 “만약 NEADB가 진작에 설립됐더라면 이 프로젝트는 벌써 마무리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카츠 전 부총재 역시 동북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세계은행이나 ADB가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이들 기관은 이 지역에 별 관심이 없어 NEADB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NEADB 설립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미국의 참여에 대해 “지역 국가가 앞장서서 추진하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벡텔,GE 등 미국 기업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회원국으로 참여해야 동북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때 공사를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카츠 부총재는 “과거 유럽이 동유럽을 지원하는 은행 설립을 추진했을 때도 미국은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나중에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의 장 웬쿠이 연구원은 광둥(廣東)의 예를 들어 NEADB설립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 80년대 초 광둥성이 개방정책을 취하자 홍콩재벌 리 카이싱이 이 지역의 도로,다리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대규모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중국 중앙정부는 돈이 부족해 민간투자를 언제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장영 박사도 NEADB의 ‘촉매제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NEADB와 같은 신뢰할만한 국제 금융기관이 앞장서면 민간부문 투자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일부 참석자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문제는 각국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며 NEADB 구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새 은행의 최대 수혜자가 될 북한이 진심으로 개방의지가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었다.
【호놀룰루=곽인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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