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서 시장신뢰를 회복해야 한다”전문가들이 곧 짜여질 경제팀에 던지는 공통된 제언이다. 지금의 경제팀은 그간 잦은 말바꾸기와 부처 간 불협화음,탁상행정으로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그 결과 시장은 요동쳤고 국민들은 극단을 달리는 집단 이기주의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며 새 경제팀이 가장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전문성과 현장감을 겸비한 장관임에도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잦은 말바꾸기가 한몫을 했다. 그는 지난 5월1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64조원의 공적자금 외에 추가로 공적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국회 동의를 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7월 국회 재경위 답변에서 “필요하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 공적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말을 돌렸다. 그는 또 6월 말쯤 기자간담회에서는 “현대그룹의 계열분리 약속은 시장과 국민에게 한 것인 만큼 현대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가 7월 국회 재경위 답변에서는 “정부는 시장과 국민에 한 약속대로 계열분리를 촉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결과 시장은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 이장관의 유임을 바라다 최근 돌아서는 분위기가 됐다.
◇부처간 불협화음을 없애야 한다=경제팀의 소사장제 재경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도 이 대목과 맞물린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자주있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6월22일 한빛,조흥은행과 대한생명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헌재 장관은 “여러가지 방안 중 하나일 뿐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금감위 위원장의 말을 부인했다. 지난 5월22일에는 이장관이 “조흥,한빛,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묶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이위원장은 “일부 시중은행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재경부장관이 부총리로 승격한다고 해도 실권이 없으면 지금의 체제와 다를 게 없다”면서“대통령이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만 경제팀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행정이 필요하다=지난 1일부터 다시 실시된 의약분업은 대표적 탁상행정 사례. 진료는 의사,조제는 약사로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 양측의 불만을 낳아 폐업 등 집단 이기주의를 낳았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만큼 폭넓고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보완책을 마련한 뒤 실시됐어야 했다. 의료계와 약사계의 이해관계를 풀어주겠다고 나서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차흥봉 보사부 장관이 경질대상에 포함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용인시의 마구잡이 개발도 역시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도시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건축허가를 내준 탓에 아파트만 있고 학교,병원,동사무소 등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중앙정부도 용인 동백과 죽전을 분당과 잇는 7㎞의 고속화도로를 건설하겠다고 지난 98년 10월 발표했다. 도로 통과지역에는 이미 아파트와 공사현장,대학,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그 결과 용인시는 올 여름 홍수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john@fnnews.com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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