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 초대석-최동섭 동아건설 회장]˝건설名家 동아 神話 재건 지켜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6 04:53

수정 2014.11.07 13:29


동아호(號)가 경영정상화를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선장은 전직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봉사단체인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비상근 회장이면서 이번에 동아건설의 지휘봉을 잡은 최동섭 회장.그는 이순(耳順)을 훨씬 넘은 고령에도 30대,40대 못지 않은 왕성한 의욕에 가득 차 있다.
새벽 4시 기상,간단한 맨손체조를 하고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 집 뒷산 약수터에 오른다.7시께 출근길에 올라 8시 회사에 도착,당일 일정보고를 받고 9시30분부터 사장단 회의를 갖는다.10∼12시 플랜트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점심식사.오후 2시 언론사와의 인터뷰,4시에는 금융기관 방문 및 외부인사,저녁 이후에는 외부인사와 만찬이 계획돼 있다.숨쉴틈없이 빡빡한 그의 지난 4일 하루 일과다.점심시간도 아까울 정도다.
최회장의 일정표에는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대한적십자사 관련 행사다.30여년의 공직생활을 접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든 곳이 불우이웃을 돕는 봉사단체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직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다르다.봉사한다는 진정한 의미를 처음으로 맛본 곳이며 이웃사랑도 배웠다.이것이 어려움에 처한 동아건설 회장직 수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그는 “회장직 요청이 왔을 때 수차례 고사했으나 경영진 추천위원회 대표가 동아건설을 위해 ‘봉사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에 가족들의 만류를 뒤로 한 채 결심을 하게 됐다”는 말로 회장직 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회장은 동아건설 회장으로 부임한 뒤 주변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인사에서 ‘축하한다’는 말에 이어 빠지지 않는 말 한마디가 있다.바로 ‘어려운 직책을 맡아 고생많으시겠습니다’다.그도 그럴 것이 고령의 나이에 남 부러울 것 없는 명예를 갖고 있는 분이 어쩌면 그 동안의 명예를 일시에 날려 버릴 지도 모를 어려운 길을 선택한 데 대해 걱정스러움을 표시하는 것일 게다.

최회장은 이전에 동아건설과는 인연이 있다.지난 88년 건설부 장관시절 업무차 리비아 방문길에 동아건설이 시공하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을 들른 적이 있다.그는 “당시 동아에서 현장근로자로 채용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 근로자들이 우리말로 ‘차렷, 경례’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고 건설한국의 위상,국력의 소중함을 실감했다”고 회고했다.그는 “현장에서 우리근로자들과 손잡고 고향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눴었는데 이제 그 ‘리비아 대수로 신화(神話)의 주역’인 동아건설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 그 곳을 가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30도를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회사 살림과 대외관계회복,건설현장방문 등 하루를 25시로 살고 있다.국가와 국민(기업개선작업을 받고 있는 동아건설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으로 국가와 국민의 기업이라는 뜻)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뿐이다.그의 건설경영관과 회사 경영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건설업계가 일감부족에 유동성위기 마저 겹쳐 탈출구가 없습니다.이로인해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부도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건설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부임 후 보름동안 건설경영인 입장에서 본 업계 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건설물량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건설업체도 일감이 있어야 기술력도 발휘하고 기술도 개발 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물량확보가 어려워 숨쉴 틈이 없습니다.여기에 수요부진에 경기침체마저 겹쳐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외화가득의 주역으로 국가의 효자노릇을 했던 건설산업이 최근에는 벤처산업의 위세에 눌려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공공공사 물량 확대 등 건설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동아건설의 중대 현안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내부적인 갈등으로 그 동안 국내외에 게 비쳐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하루빨리 수습,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이는 저 혼자만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최고 경영진을 비롯,임원,간부,평직원 나아가 노·사가 혼연일체해 풀어나가야 합니다.저와 사장단은 조직화합을 위해 취임과 동시 사심을 버리고 투명하고 공평하게 경영을 이끌겠다는 결의를 했습니다.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노조와 주 2회씩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모든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문제는 서로 대화로 푸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조직 인화는 애사심을 기르는 첫째 조건이며 곧 동아를 정상화시키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지요.

또 확고한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것입니다.재무구조를 건전화하는 작업이 최우선이라 생각합니다.이를 위해 가급적 가까운 시간안에 채무재조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입니다.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채무의 일정부분을 출자전환하고 미회수 채권 회수,자산매각 등 강도높은 자구책을 마련해 경영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융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수주물량 확대에도 주력하겠습니다.신규수주나 새 사업창출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생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며 경영정상화를 앞당기는 데도 절대적인 요소입니다.그러나 채권단의 통제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채권단으로부터의 절대적 신뢰가 우선돼야 합니다.이를 위해 우량사업 집중발굴,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자금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성 높은 사업 위주로 경영구조를 재편할 계획입니다.

이번 새 경영진이 상임이사 9명중 7명이 채권단 관련 인사로 구성돼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비아로 대별되는 동아건설의 해외건설 사업전략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동안 리비아 정부와 쌓은 신뢰를 조속히 재건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관심사이자 국가적 대사인 리비아 대수로 2단계 추가공사와 3단계 2차분공사 수주에 주력하겠습니다.그 뒤에는 리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회간접자본 시설건설공사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신뢰회복차원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리비아에 더 많은 기술력을 제공하고 화합을 위한 다각적인 교류를 갖겠습니다.조만간 해외부문 사장을 현지에 파견할 생각입니다.

―취임과 동시 단행한 조직개편의 의미와 향후 구조조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경영원칙을 인화,자율과 책임,권한 하부이양에 둘 계획입니다.이를 위해 취임과 동시 73개(부)팀제이던 종전 조직을 25개(부)팀으로 대폭 축소,결재단계를 줄이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탄력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임원은 적재적소에 탄력적으로 기용하되 하부 직원은 조만간 인력측정,직무분석 등을 통해 신중히 접근해나갈 방침입니다.

아울러 그동안의 업무파악 결과를 토대로 이번주중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대내외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대담:박성태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정훈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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