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에서도 JP의 몽니는 통했다. 집권 후반기 안정 의석 확보에 실패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뒷거래를 시도하는 등 얄밉고 야속하지만 정국 안정을 위해 자민련 인사를 내각에 발탁했다. 개각 불참을 선언한 자민련은 “굳이 싫다는데 억지로 준다면야…”라는 표정으로 이를 받았다.
이번 개각의 큰 특징은 김대중 대통령이 ‘8.7개각’을 통해 자민련 출신 인사들을 발탁함으로써 ‘DJP 공조’ 정신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개각 대상 가운데 정치권 관련 인사는 송자 교육,노무현 해양수산부,한갑수 농림,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과 장영철 노사정위원장 등 모두 5명.
이 가운데 민주당 21세기 국정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자 교육부 장관과 노무현 해양수산부,장영철 노사정위원장은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 반면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과 한갑수 농림부 장관은 자민련 출신이라기 보다는 자민련의 ‘실질적 오너’인 김종필 명예총재의 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다.
김대통령이 자민련 당 자체보다 김명예총재 개인의 심기를 다독이는 데 더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각에서 정치인 몫 가운데 양당 인사가 6대4의 비율로 내각에 참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각에서 김대통령은 민주당과 자민련 인사들을 고르게 포진시킴으로써 ‘DJP 공조정신’을 재확인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각 불참’ 방침까지 밝힌 자민련은 “입각한 자민련 출신은 당적을 갖고 있는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1명밖에 없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갑수 신임 농림부 장관은 광주출신으로 10대 의원 당시 공화당에 입당한 적은 있으나 자민련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이 개각 발표 후 한장관을 신장관과 함께 ‘자민련 몫’이라고 설명한 점으로 미뤄 한장관은 당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김명예총재의 추천으로 입각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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