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복55년, 그리고 짧은 만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4 04:55

수정 2014.11.07 13:20



그해,1945년의 8월15일 한반도 날씨는 맑고 무더웠다. 55년이 흐른 오늘,2000년 8월15일 역시 국지적인 소나기 속에 대체로 맑고 무더울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변함이 없는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다. 그토록 목말라했던 민족의 완전한 광복이 여전히 미완인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남북의 200명 이산가족이 3박4일의 짧은 만남의 현장에 구급차까지 대기시켜 만약의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자체가 바로 미완의 광복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표상이 되고 있다.


55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의 광복은 여전히 미완상태로 남아 있는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55년전의 광복이 타력에 의해 갑자기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국권을 빼앗긴 일제침략이 당시 국제질서의 핵심인 제국주의의 국익확장에 따른 것이었던 반면에 45년의 2차대전 종결과 동시에 세계를 지배한 냉전논리는 우리의 허리를 자른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탈냉전의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오직 한반도만이 여전히 그 멍에를 지고 있기 때문에 광복 역시 미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광복의 완성을 위해서는 주체적인 자구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6·15선언은 바로 지금이 그 시점임을 내외에 알리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아 틀림이 없다. 이번 이산 가족의 짧은 만남이 큰 무게를 가지는 것은 지난 85년의 만남이 일과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에 이번 만남은 지속적인 다른 만남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보다 소중히,그리고 신중히 확대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남북이 지난 반세기 동안 지배 받았던 냉전 가치관과 그 논리를 하루 아침에 벗어던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성급하게 이를 실현시키려다가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번 만남을 있게 한 6·15선언이 어떤 외세의 영향이나 간섭 없이 오직 남북 정상간에 이뤄진 최초의 합의라는 사실이다. 민족의 완전한 광복을 위한 주체적인 자구노력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며 그 가시적 성과의 하나로 이뤄진 이산가족의 이번 짧은 만남에 함께 감격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관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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