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사전을 찾아보면 ‘신사’라는 낱말은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라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신사는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골프를 시작하고 5년도 더 지나서야 골퍼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거짓말쟁이임을 깨달았다.
나하고 연습장에서 일주일에 세 번은 부딪치는 A가 동반자들과 나누는 말이 들렸다.
“한 달만에 골프채를 처음 만져봅니다. 연습할 시간이 통 없었거든요.”
핸디캡을 한 점이라도 더 얻어 내려는 비열한 수작임을 나는 알지만 못들은 척했다. “최근에 스윙을 바꿨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A의 말을 맞받아 치는 B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스윙의 소유자이다. 핸디캡을 더 줄 수 없다는 뜻이거나, 그렇게 핸디캡을 구걸할 요량이면 내기는 집어치우자는 암시일 것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셨더니 숙취로 뒷골이 당기고 설사까지?`.”
그렇게 말하는 C는 엊저녁 술자리에 고의로 차를 가지고 나왔었다. 자기 집의 가훈이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말자’ 라면서 맥주 한 컵으로 목만 축이고는 맨송맨송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2차도 안가고 뺑소니를 친 사람이다.
“오늘 오너는 한번도 못해보나 했는데 그래도 하느님이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첫홀 오너의 영광은 주시는 군요.”
심지뽑기에서 첫 홀의 오너가 된 D의 너스레를 듣고 나는 딸꾹질이 나올 뻔했다. 나는 아까 연습 그린에서 그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었다. 그는 “밤 대추 꼼짝마라. 날만 새면 내 것이다”라고 읊조리면서 나머지 동반자들을 잘 차려진 제삿상 인양 바라보며 군침을 흘렸던 것이다. 나에게는 그가 골퍼라기보다는 도박꾼으로 보였다.
“어쩜 저렇게 낯색하나 안바꾸고 거짓말을 하지.”
같이 듣고 있었던 친구를 돌아보며 혀를 내둘렀더니, 친구는 내게 기가 차는 발언을 했다.
“너나 반성해.”
“나? 나야 가훈이 ‘정직’인 사람이야. 나는 정직해서,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다면 신령님이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다 주실거야.”
깜짝 놀라 반박하는 내 면전에 대고 친구는 손가락질까지 하며 비난했다.
“내가 꼬집어서 말해줄까. 내가 어쩌다 한번 잘 맞으면, 너 언제 그렇게 거리가 늘었냐고 비꼬았지. 퍼팅만은 정말 잘 한다는 칭찬은 다른 샷은 엉터리라는 말이었지. 컨디션이 엉망이라 100타 넘게 칠거라고 엄살을 부린 넌 날마다 내 앞에서 80타 쳤지. 너야말로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야.”
친구의 지적은 옳았다. 나는 골프구력 10년에 거짓말은 10단으로 늘어버렸나 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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