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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건우 회장]렉서스로 한국시장 도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7 04:56

수정 2014.11.07 13:18


한국 도요타자동차 박건우(朴建宇·57) 회장.여유로운 웃음과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중년의 편안함을 준다.그러나 대답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 한국자동차시장에 도전장을 낸 승부사로서의 당찬 야심과 포부가 느껴진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맨이다.지난 66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자 마자 신진자동차에 입사해 지난해말까지 대우자동차에 근무, 30년 넘게 자동차산업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그는 국내업체가 아닌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00% 투자한 자회사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한국시장 재진출은 자연스러운 것이다.그동안 일본은 한국에 대해 가깝고도 먼나라였다.또 우리나라의 개방화·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비정상적인 수입차시장의 확대를 위해 기여하는 것도 우리나라를 위한다고 생각했다”고 수입차업체에 몸담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현실에 대처하는 노력과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박 회장의 지론은 ‘노력’과 ‘용기’.2남1녀를 둔 그는 자식들에게 “개개인의 능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만 되면 차이가 나지 않는다.얼마나 노력하느냐, 또 어떤 결의와 용기로 대처하는가에 따라 모든 일이 판가름 지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직원들에게 완벽한 것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투영되고 있었다.또 상당히 엄한 상관으로 통했다.그는 이에 대해 “과거에는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구성원 하나하나가 철저하게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정이었다”며 “도요타코리아도 수입차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이런 결의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이런 사고를 갖게 된데는 그의 인생 역정과도 관련이 있다.그는 6·25전쟁이 났을 때 불과 8세였다.전쟁 통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5남매를 키우셨다.물리적인 생명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그는 “현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21세기 문턱에 와 있다.노력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도전정신이 예나 지금이나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판매 증대 보다는 고객 만족이 우선=한국도요타자동차는 내년 1월초 최고급 모델인 ‘렉서스 LS430’, 중형세단 ‘GS300’, 소형스포츠세단 ‘IS200’, 도시형 RV ‘RX300’ 등을 시판,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특히 렉서스의 브랜드 정신이 ‘끝없는 완벽함의 추구’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낙관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따라서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충 보다는 고객 만족을 우선시할 계획이다.특히 도요타의 중소형 승용차는 수입차 시장이 보다 안정화된 이후에 도입하겠다”고 기본 구상을 밝혔다.

그는 마케팅 차별화 전략을 묻는 질문에 “서울 2개, 부산 1개 등 3곳에서 판매와 정비서비스를 동시에 할 예정이며 가벼운 수리를 할 수 있는 정비망도 갖출 생각”이라며 “딜러인 SK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있고 부산 맥도날드 역시 미국식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차의 품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일본산 승용차가 국내 승용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품질이나 디자인 측면에서는 다소 앞서는 것 같다”며 “품질보증기간도 4년 10만㎞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입차시장의 점유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국민들의 정서가 적대적이라기 보다는 주위의 눈치를 보는 것같다.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선택의 재량이 축소되어왔다.따라서 잠재적인 저변은 상당히 넓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입차업체의 2001년 서울모터쇼 불참 움직임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국내, 해외업체의 대립관계는 시대착오적 ”이라고 전제한 뒤 “자동차협회와 수입차협회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회장)

/ js333@fnnews.com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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