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油價시대에 대비할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7 04:56

수정 2014.11.07 13:17


국제원유가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국제원유값이 마침내 10년래 최고의 수준을 나타냈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16일 거래가격은 하룻사이에 1.05달러가 오른 배럴당 32.8달러, 지난 90년11월 걸프전 위기속에서 32.9달러까지 오른 이래 10년만의 기록이다.

국제원유값이 오른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24년이래 최저의 수준으로 떨어졌고 석유생산국기구(OPEC)가 고유가 정책을 앞으로 견지해나갈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겨울철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미국원유 비축량이 1년 전에 비해 39% 떨어졌다는 미국석유협회의 발표와 OPEC의장을 맡고 있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현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산유국에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발언은 원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곧 34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원유가격이외에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과 곡물 등 다른 원자재값 역시 계속 상승하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1차상품가격추이를 나타내는 골드만삭스가격지수가 10년만의 최고수준인 236.2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값이 오르면 당장 한국경제에는 무역수지와 물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미친다. 원유가가 1달러 오르는데에 수입수요가 9억달러 늘어나고 수출은 1달러가 줄어 결국 10억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 물가는 0.3%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두바이산 원유의 도입단가가 지난해 16.9달러에서 올해26.9달러에 그친다해도 96억달러의 국제수지악화요인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석유 한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원유값의 변화를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 대응책의 첫째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물이나 전기 수도는 물론 에너지를 너무 낭비한다. 석유소비량 세계 6위, 에너지소비증가율 세계 8위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낭비적인 생활습관에도 문제가 있고 가격체계의 문제도 있다. 석유류에 대한 과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가격체계의 재검토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에너지 다소비형의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절약형으로 재편하는 장기적 정책의 시행도 필요하다.
같은 규모의 국내총생산(GDP)을 생산하는데 우리의 유류소비가 일본보다 3배이상 소요되는 구조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때 고유가시대를 맞아 풍미하던 에너지 절약운동이나 산업구조개편 노력이 유가하락으로 어느덧 사라진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고유가시대에 미리 대처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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