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국은 '돈세탁' 천국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8 04:56

수정 2014.11.07 13:16


지난해 4월 1단계 외환자유화 조치 이후 단기 투기성 자금(핫머니)과 국제 불법자금 유입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자칫 우리나라가 국제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01년 외환시장 전면개방에 앞서 불법자금 유출입을 감시하고 국가 신인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늦어도 9월 중 금융정보기구(FIU) 설치와 함께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강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문위원은 18일 ‘금융거래정보시스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지난 한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불법자금 세탁규모는 54조원에서 많게는 17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자문위원은 “이는 외환자유화 이전인 지난 98년 존 워커 교수가 논문을 통해 밝힌 한국의 자금세탁 규모 212억달러(당시환율 추산 23조원)와 비교할 때 최소 2배에서 최고 7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자금시장이 국제 불법자금 세탁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데는 외환자유화 이후 국제 투기자금과 불법자금을 감시할 뚜렷한 대책이나 기구가 없어 이들 자금이 마음대로 국내시장을 들락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국내 자금시장에는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부터 부동산 투자자금이나 금융업 영위를 위한 합법적인 자금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태국 등의 마약자금을 비롯해 중동지역의 국지전에 소요되는 전쟁지원자금,러시아의 마피아자금,홍콩,중국,일본의 조세회피 자금 등 불법자금의 유입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8월14일 현재 해지펀드 등 단기투기성 자금이 포함된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 순유입 규모가 벌써 110억달러를 돌파,지난 한해 동안의 55억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단 이들 자금을 모두 투기성 자금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부분은 투기성,또는 준투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EP는 외환자유화 보완대책 일환으로 ▲모든 금융거래에 대한 혐의거래 보고제 도입 ▲금융정보를 수집,분석,배포하는 단일의 중앙행정조직인 FIU 설치 ▲자금세탁방지법 제정 ▲금융기관들의 내부보고 및 교육체계 구축 등 4가지를 골자로 한 ‘금융거래정보시스템 도입방안’을 제시했다.

재경부는 이같은 건의에 따라 자금세탁방지법안과 금융거래보고법안을 법무부와 공동입법,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자금세탁방지법은 불법 국제자금의 세탁행위 처벌은 물론 조직범죄,탈세 등 경제범죄,공무원의 뇌물 범죄와 해외재산도피 등 국내인들의 범죄관련 자금 세탁도 같이 처벌한다. 정부는 그러나 이 법안의 처벌 대상에 불법정치자금 세탁은 포함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안형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 외환관리법은 외환거래를 엄격히 규제,범죄와 관련된 불법자금 유출입을 막는 부수적 역할도 했지만 외환자유화 이후에는 자금세탁을 위한 불법자금 유출입이 용이해지고 있다”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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