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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를 살리자(3)자동차 부품업체 현황]기술낙후 수출 엄두도 못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20 04:57

수정 2014.11.07 13:16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최근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94년 1548개에 달했던 1차 부품업체의 수는 지난해말 1109개 업체로 감소했다. 종업원 수 또한 35만5447명에서 26만8225명으로 24.5%나 줄었다.특히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에는 173개 업체에 무려 6만여명의 종업원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97년 이후 40여개가 넘는 우량 부품업체들이 해외 메이저 업체들에 넘어갔으며 현대와 기아차의 합병으로 인해 각 계열업체들은 현재 통합과정을 겪고 있다.또 21세기에는 세계 6개 메이저 완성차 업체만 생존한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르노에 이은 포드의 국내시장 진출은 또 한차례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예고하고 있다.따라서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도산 내지 메이저 업체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생존전략은 대형화,전문화,모듈화=조철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모듈 발주와 완성차업체의 구조재편으로 부품업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며 “무엇보다 부품업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전문화,모듈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부품업체 대부분은 이런 추세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인 것같다.인천광역시에서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대우차에 납품하고 있는 K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원재료비,인건비,전기료 등 각종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완성차업체로부터 매년 5∼10%씩 납품 단가를 낮추라는 압력을 받아왔다”며 “사업을 계속 해야되는지,말아야되는지 고민이다”며 투자 여력이 없음을 호소했다.

전국 321개 자동차 부품업체가 가입해 있는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역시 비슷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조합 관계자는 “종전 자동차 중소업체의 범위는 자산총액 800억원 이하이고 종업원수가 1000명 이하여서 조합원중 대기업에 속하는 업체가 21개에 불과했지만 법개정으로 자본금 50억원 미만이거나 종업원수가 300명 미만에만 중소업체에 해당돼 대기업으로 편입된 기업수가 51개로 늘어났다”며 “이때문에 어음할인금리,병역특례,조세감면 등에 있어 중소기업이 받는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와 기아차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종전 계열업체간 통합과 이를 통한 부품사의 대형화는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뒤 “현재 부품사 대표 중 대다수가 통합을 할 경우 회사를 아예 뺏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독일의 경우와 같이 합병 당사자들이 상호 지분을 인정하는 병렬식 통합이 우리 현실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출 필요한 것 누가 모릅니까’=그동안 국내 부품업체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는 국내 모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해바라기식 경영’을 해온 게 사실.그러나 외환위기시절 자동차 내수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자 그제야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으나 수출처를 찾거나 해외마케팅 능력 등은 전무한 상태였다.그나마 능력을 갖춘 만도기계,한라공조 등은 이미 외국사에 넘어간 뒤였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미국업체는 납품업체에 품질시스템인 QS9000의 획득을 요구하고 있고 유럽 완성차업체 또한 ISO/TS16949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또 이들 업체들은 기술력이나 물류비 측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인 부품업체에게 ‘몰아주기식 발주’를 하고 있다.규모가 영세하고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대부분의 국내 부품업체들은 수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해외업체로부터 발주를 받는다고 해도 시설투자의 어려움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울산광역시에 있는 S사의 한 관계자는 “수출업체로부터 신차종이 출시되기 2∼3년전 설계 도면을 건네받아 시제품을 생산한뒤 사전검사(PRAP)를 받는다.또 생산 1년전까지 모든 시설을 완비한뒤 최종 검사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수출이 최종 확정된다”며 “따라서 1년간 신규 설비는 유휴시설이 되는데 신규시설 투자 자금금리가 현재 8∼9%에 달해 수출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 자동차부품사업본부를 통해 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의 D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를 통한 자동차 부품수출 총액이 6억달러에 달했으나 대우로부터 받은 어음의 할인이 잘 안돼 자금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투자가 힘들다=현재 일본 품업체의 독자기술개발능력은 65∼70% 수준.반면 우리는 33%수준에 불과하다.따라서 국내 부품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투자가 절실하다는 생각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세계 부품산업의 기술수준은 급진전하고 있으나 우리 부품업체들은 영세성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은 물론 업체와 연구소간 조인트 연구도 진척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고문수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상무는 “업체 스스로 품질향상,기술개발,비용절감 등에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도 적절한 산업육성책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js333@fnnews.com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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