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워크아웃 기업 도덕적해이 사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22 04:57

수정 2014.11.07 13:13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들의 도덕적해이가 극에 달한 가운데 그 유형도 가지가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주가 개인 소유의 토지를 계열사에 비싼 값에 팔아 그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의 증자자금으로 사용하고 정작 토지 소유권은 이전하지 않는 등 기업주의 경영의식이 땅에 떨어졌다. 또 이들을 관리하는 경영관리단도 사외이사를 아무런 경쟁이나 검증작업없이 추천하는 등 책임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에 부동산 고가매각후 증자대금으로 사용=미주그룹은 기업주 소유 토지를 계열사인 미주실업에 24억원에 팔아 선수금 명목으로 23억원을 받아 이중 13억원을 미주철강의 증자대금으로 사용했다. 평당 20만원 수준이었던 공시지가보다 무려 65%높은 가격인 33만원에 매각했다.


진도그룹도 기업주 소유 토지를 계열사인 진도종합건설에 86억원에 매각,77억원을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받아 이를 계열사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자금 기업주 멋대로 사용=신호그룹은 96년 계열사인 영진테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영진테크 사주의 보증채무 170억원을 면제하기 위해 신호제지 명의의 어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진테크가 퇴출대상에 선정,은행이 보증인인 영지테크 사주의 재산을 압류하자 신호그룹은 보증채무를 면할 수 있도록 계열사인 신호제지 발행 어음 34억원 가량을 채권금융기관 앞으로 제공했다.

진도그룹은 계열사인 �4진도로부터 51억원을 차입해 진도그룹 사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51억원 가운데 6월말 현재 남아있는 돈은 29억원에 불과하고 기업주는 상환할 자금여력이 없는 상태다.

◇기업 자금 관리 엉망=신호그룹은 해외 현지법인 미수금 1400만달러에 대해 채권회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300만달러가 회수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도도 현지법인 청산관련 대금으로 5600만달러를 사용했으나 이중 2700만달러의 사용내역이 불명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회사 대여금 부실화=신동방그룹은 14개 관계사에 654억원의 자금을 대여했으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37억원은 워크아웃 추진 이후 지원된 금액이다.

신호그룹도 계열사인 신호제지(1248억원)와 신호유화(17억원),동양철관(1447억원) 등에 모두 2712억원을 대여했으나 이 가운데 1321억원은 기업개선작업 기간에 상각했으며 649억원은 회수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건설업체인 서한의 경우 96억원을 관계사에 대여했으나 이들 회사가 청산 진행중이어서 한푼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기업주들의 경영책임 회피=워크아웃 지속추진업체 44개사 가운데 오너가 사재출연한 경우는 19개사에 그쳤고 그나마 총자구계획(11조421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건설과 한창은 사재출연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채무재조정 18개사 가운데 기업주가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기업은 동아건설 최원석 전 회장을 비롯해 동국무역·맥슨전자·진도·세풍·충남방적·신우·아이즈비젼 등 8개사에 불과했다. 고합(장치혁)·갑을·갑을방적(박창호)·신원(박성철)·삼표산업(정도원)·서한(김을영) 등 6개사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신호제지와 신호유화·동양철관 등 신호그룹 계열 3사와 우방의 경우 아직까지 오너가 단독으로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미주실업의 경우 기업주가 기업과 상관없는 직함으로 과도하게 대외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대우자동차의 경우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취득한 주식을 타인명의로 신탁,위장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관리단도 도덕적해이=워크아웃 진행을 감시할 경영관리단도 대상업체에 대한 경영평가를 부실하게 했고 워크아웃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외이사선임시에도 경쟁이나 투명성이 결여된 채로 추천한 사례가 적발됐다.
경영관리단 자금운용도 회사에서 경영관리단 자금관련 인감을 관리하는 등 자금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