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골퍼들은 참으로 너그럽다. 그리고 어리석다.
골프백을 운반하는 전동카트 사용료 4만4000원에다 보통 6만원을 하는 캐디피를 합하여 10만원이 넘는 부대경비가 도대체 하잘 것 없는 금액이어서 언제까지나 묵묵히 감수하는 것일까.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제도화되다시피 하여 통용되고 있는 ‘캐디 의무 고용’은 아무런 합당한 근거가 없는 또 하나의 고비용 폐습이다.
캐디고용은 세계각국의 골프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시행하고 있는 관행과 순리대로 골퍼 스스로의 선택사항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내의 골프장들은 캐디의 고유한 기능을 도외시한 채 젊고 예쁜 여성캐디 일변도로 채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장을 스포츠클럽이 아닌 유흥장으로 착각하는 사회 일부의 몰이해는 다름아닌 골프장 스스로가 자초한 큰 잘못인 셈이다.
골프 다이제이스트지 편집장 데이비드 오언이 캐디에 관해 쓴 글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타이거 우즈 선풍 때문에 요즘은 10대 초반 초중등생들이 캐디 일에 관해 대단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캐디가 되면 하루 20여달러의 짭짤한 용돈이 생기는데다 어른들과 알게되어 때론 헌 골프클럽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일거리를 소개받기도 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무료 라운드의 기회까지 있어 골프를 배우는데 최고의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50년이 넘게 캐디가 없던 우리 클럽은 최근 동네소년 20명을 뽑아 훈련을 시켰고, 휴일이나 방과 후 주로 나이많은 회원들이 요청하면 풀카트(손수레)를 끌어준다.
그런데 이로인해 오히려 어른들이 더 많은 덕을 보는 것같다. 라운드중에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성적얘기, ‘얼간이’ 같은 선생님얘기, 애지중지하던 자전거를 망가뜨린 얘기, 키우던 개가 죽을뻔 했던 얘기, 아빠가 실직한 얘기, 사이가 안 좋은 부모님 얘기 등등 자기주변의 일상사를 털어놓기 일쑤다. 이럴 때 골퍼는 소년의 친구가 되는 큰 즐거움을 체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소년기의 정신적, 심리적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조언을 할수있는 참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클럽회원들은 이 젊은이들과 주고받은 얘기들은 골프코스 밖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는데 대해 이미 무언의 이해와 약속이 이뤄져 있다.”
진한 농담이나 주고받아야 라운드가 즐거운(?) 우리네 골퍼와 캐디의 세계와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건강한 일반 골퍼들은 캐디 없이 카트를 직접 운전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고, 골프장측은 선수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클럽을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캐디로서 노약자나 초심자들의 플레이를 보조하거나 지도하기도 하는 아르바이트의 기회를 갖도록 해 준다면, 이것은 골프클럽의 바람직한 참모습이 될 것이다.
/박군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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