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PGA무대에서 한국 파워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미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이 우승타이틀을 여러 차례 나누어 가져 미 LPGA에서의 한국은 하나의 뚜렷한 세력을 구축했다. 영국 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과 더불어 주요 외국세의 하나로 급성장한 것이다. 골프선진국인 일본을 불과 2∼3년 사이에 질적·양적으로 앞지른 것이 특히 인상깊다.
그런데 세계골프계의 이 새로운 황색바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얼마나 더 거세어 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한번 점화하면 요원의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한국의 전통적 교육열은 이미 골프 특기를 주요 이슈로 채택했고 10대 신진 유망주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일각의 이 이채로운 분위기는 필드에 나가보기만 하면 확연해진다. 요즈음 전국 대부분의 골프장은 평일의 경우 가히 여인천하라 할 정도다. 적어도 남성팀보다 여성팀이 더 많은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외국 어디를 가도 유례가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성업중인 실내 골프클리닉의 초심자회원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여성골퍼들은 거의 30대이상 주부들이다. 이들은 학교동기동창, 동문 선후배, 연습장 친구, 그리고 남편의 친구부인들끼리 한달에 한번씩 어울리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흔히 일주일에 한번씩은 필드에 나가게 된다. 이들 주부들을 겨냥하여 골프장들이 1000만∼2000만원짜리 주중 회원권이라는 신종상품을 경쟁적으로 발매, 재미를 보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골프가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었던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리고 이미 450여년 전에 남성보다 더 골프를 즐겼던 여성골프광도 있었다. 1567년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은 남편이 피살되는 참극을 겪은지 불과 사흘후 라운딩을 했다. 그녀는 슬픔을 잠시 잊으려고 그랬겠지만 일부에서 펄펄 뛰며 문제삼았고 한동안 왕실과 교회의 대립을 빚기도 했다.
한국의 여성골퍼가 격증하는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것이 우수 소녀선수들을 많이 배출해내는 중요한 태반(胎盤)역할을 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국여성들이 골프에 쉽게 친숙해지는데는 민족고유의 체질에다 전통문화와 습속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널뛰기·그네타기ㆍ물동이 머리에 이고 걷기는 하체와 허리와 척추를 강하게 하고 균형감각을 단련시키는데 탁효를 발휘하는 운동이다. 또 개울가에서 방망이로 빨래를 두들기고 밤늦도록 다듬이질을 하는 노동은 골프의 다운스윙과 그 메커니즘이 흡사하다. 이러한 한국여인사회 특유의 풍속들이 차츰차츰 사라져 가는 것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군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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